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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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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의 생애…'초우량 LG'에 한평생 바쳤다

LG CI 변경·지주회사 전환·GS 등 계열분리 주도…사회공헌에도 앞장

2018-05-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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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구본무 LG 회장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탈한 인물이었다. 1995년 50세의 나이로 LG의 3대 회장에 취임한 그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잡음 없는 계열분리 등 경영계의 모범이 될 만한 업적을 다수 남겼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며 'LG웨이'라는 고유의 기업문화도 구축했다. 'LG 의인상', 'LG 글로벌 챌린저' 등을 통해 사회와 인재도 중시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대중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았다. 구 회장은 <뉴스토마토>와 한국CSR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총수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사회의 발전 및 통합 항목과 사회적 책임 항목 모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구본무 회장은 1945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구자경 명예회장(93세)과 하정임 여사(2008년 작고) 사이 4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0년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부름을 받고 락희화학에 합류하면서 구 회장은 어려서부터 경영자로서의 태도나 역할에 대해 두 어른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1975년 만 서른이 된 구 회장은 럭키(현 LG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영업, 심사, 수출 기획 업무 등을 거치면서 20여년간 실무경험을 쌓았다. 후계자라 하더라도 철저한 경영수업으로 실무 능력을 검증받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LG 가문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구 회장은 1989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나선다. 회장 취임 직전인 1995년 1월에는 그룹 CI(Corperate Identity)를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CI 변경은 많은 리스크와 비용이 예상됐고 국내외에서도 이미 '럭키', '금성', '골드스타'가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대내외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구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는 판단 하에 과감하게 CI 변경을 추진했다. '미래의 얼굴' 심벌마크와 '사랑해요 LG' CM송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CI 변경은 브랜드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LG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고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됐다.
 
구 회장은 만 50세가 되던 1995년 LG의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젊고 도전적인 경영진으로의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사업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결심에 따라 국내 대기업 최초의 무고(無故) 승계가 이뤄졌다. 1988년부터 시작된 구 명예회장의 'LG 변혁 1기'가 마무리되고, 구 회장의 '변혁 2기'가 시작됐다. 당시 구씨와 허씨 가문의 원로들도 구 명예회장의 뜻에 동감해 동반 은퇴를 결단했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 부친으로부터 "경영혁신은 끝이 없다. 자율경영의 기반 위에서 혁신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 그룹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시켜 합의에 의해 일을 추진하고 권위주의를 멀리 하라"는 당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새 리더가 된 구 회장은 경영체제와 기업문화 측면에서 선제적 혁신을 추진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체질과 기반 마련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취임 3년이 채 안된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자 구 회장은 경영시스템 혁신에 착수했다. LG의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위기 돌파구를 대규모 외자유치와 적극적인 기업공개(IPO)에서 찾았다.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사와 제휴 당시 구 회장은 "외자유치는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 차원을 넘어 세계 유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2003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다. 계열사간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로 인해 한 기업의 어려움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LG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했다.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한 뒤 CEO들과의 릴레이 미팅에서 "앞으로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책임경영으로 자기 사업에만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또 외환위기 이후 경영시스템 강화의 일환으로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1999년 LG화재를 시작으로 2000년 LG벤처투자, 아워홈,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 2007년 LG패션 등을 차례로 계열분리했다. 특히 허씨 가문과의 계열분리를 일체의 잡음이나 분란 없이 단행했다. 창업 1세대인 구인회 창업회장과 허만정 공에서 시작해 2세대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에 이르기까지 57년간 3대에 걸쳐 유지돼 온 구씨·허씨 양가간 화합·신뢰의 동업관계는 '아름다운 이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구 회장은 GS그룹 출범식에도 참석해 "지난 반세기 동안 LG와 GS는 한 가족으로 지내며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함께 이겨내고 우뚝 설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LG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일등 기업을 향한 좋은 동반자가 돼 달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구 회장은 남다른 사회공헌 철학도 몸소 실천했다. 2015년에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함께 기억하자는 뜻으로 'LG 의인상'을 제정했다. 후대에게 의미 있는 자연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의지로 자신의 아호를 딴 수목원 '화담숲'도 조성했다. 그는 재계에서도 유명한 조류 박사다. 그가 좋아했던 새처럼 그도 우리 곁을 떠났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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