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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번번이 파기된 북미합의, '처벌' 부재가 원인

북미 기본합의서·코뮈니케 등…"합의 불이행 처벌 명문화해야"

2018-05-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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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과거 북한과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합의문을 작성하고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 파기에 대한 처벌조항 부재로 인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3년 1차 북핵위기 발생 후 악화일로를 걷던 북미 관계는 이듬해 10월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된 북미 기본합의서(제네바 합의)를 통해 봉합된다. 강석주 당시 북 외교부 제1부부장과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북핵특사(차관보)가 서명한 합의문에서 양측은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정치적·경제적 관계의 완전 정상화, 핵없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2003년까지 발전용량 2000MWe의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하기 위한 조치를 수행하며 연간 50만톤 규모의 중유 공급에도 합의했다. 합의 후 3개월 내에 통신·금융거래 제한을 포함한 무역·투자제한을 완화시켜나가며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까지 격상시키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위협·불사용에 관한 공식보장을 제공하며 북한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일관성있게 취하기로 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 잔류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 안전조치협정에 따라 즉시 동결대상이 아닌 시설에 대한 임시·일반사찰도 재개키로 했다. 제네바 합의는 2000년 말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 후 대북정책 재검토와 ‘악의 축’ 지목 등이 겹치며 파기된다.
 
2000년 10월12일 미 워싱턴에서 발표된 북미 공동 코뮈니케에서도 북미 양국은 합의문에 따르는 자국으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한 공약과 노력을 배가할 것을 약속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한반도의 비핵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새로운 양국관계 구축을 위해 북한은 미사일 문제 관련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미국 측에 통보했다. 대신 미국은 대북 식량·의약품 지원에 기여하기로 했지만, 제네바 합의와 마찬가지로 그해 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북미 양국 외에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한 6자회담에서도 비핵화 관련 논의와 합의가 이뤄진 적이 있다. 2005년 9월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체결된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NPT 및 IAEA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 대신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양국 간 상호주권 존중과 평화적 공존, 강자 정책에 따른 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도 약속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대북 에너지 제공 용의를 표명했다.
 
문제는 위와 같은 북미 간 비핵화 관련 협약이 수차례 무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내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양국 사이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의 비핵화 유인을 위해 획기적인 보상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북한의 합의 불이행이나 지연에 대해 처벌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갈루치 당시 미 국무부 북핵특사(오른쪽)가 1994년 10월 백악관에서 제네바 합의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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