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17일 오전 10시부터 11시반까지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관훈토론회에 참석했다.
각종 시정 질문과 정치적인 질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대하는 태도였다.
관훈토론에서 안 후보와 연관된 질문은 3~4번, 김 후보 질문은 1번, 둘 모두와 관련된 질문이 1번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문수(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8에 참석해 공정선거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후보 관련 질문은 '과거 서울시장 양보받았으니 후보 사퇴하는 게 어떻겠는가', '안철수는 과거 민주개혁 진영의 동지일 뿐 이제는 경쟁자인가', '안철수 후보의 서울로 7017 문제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박 후보는 조심스럽게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를 직접 겨냥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안 후보는 서울로 7017을 가리켜 "페르시아에게 멸망당한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 같다"고 비난했지만 박 후보는 서울로의 좋은 점을 나름 이야기할 뿐 안 후보의 생각이 잘못됐다느니 하는 식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
'동지인가 경쟁자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답변을 끄는 모양새였다. 답변을 거의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저는 동지와 적을 나누는, 물론 정치에서는 뭐 그런 게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어쨌든 지금 서울시장 선거에서 사실 이렇게 맞붙을 줄 저는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튼 지금 이제는 서로 상황이 서로 당이 달라졌으니까 경쟁하는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정정당당하게 정책으로 경쟁해서 시민의 판단을 받겠습니다."
동지라고 하지 않으면 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까봐 주저하는 것으로 보였고, 그래서 그런지 경쟁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도 시차가 조금 있었다.
반면에 김 후보에 대해서는 태도가 다르게 보였다.
김 후보 관련 질문은 '김문수 후보가 최근 인터뷰에서 박 후보의 시정을 가리켜 '3년은 부정, 4년은 무위'라고 한다'였다.
여기에 대해 박 후보가 취한 태도는 안 후보에게 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보였다. 김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모양새였다.
박 후보는 "현명한 사람의 눈에는 제가 하는 일이 잘 보일텐데 안 보이는 분이 계시나보다"라고 말해 김 후보를 현명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20세기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본다"느니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한다"고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대조적인 태도의 원인은 2가지가 있다고 본다.
1)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는 게 정치적으로 득될 게 없어 보여서. 박 후보 말마따나 안 후보는 정당이 다르다.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치면서 점점 더 더불어민주당과는 이질적인 존재가 돼가는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박원순과 안철수하면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건 정당보다는 두 사람의 양보·포옹씬일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박 후보는 그렇게 판단하는 듯하다.
2) 불리한 쪽이 네거티브를 한다는 말이 있다. 지지율을 의식해야 네거티브가 나온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상 박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많이 유리하기도 하고, 박 후보의 발언이 네거티브(폭로)라는 말은 아니지만... 한 후보에게는 나쁜 말을 하지 않고, 다른 후보는 거칠게 표현한다면 결국 그 다른 후보의 지지율을 더 의식한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김문수 후보가 2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7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