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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GM '먹튀 방지'에 집중…"혈세 들어가지만 '성공적'" 평가

GM 아태지역본부 유치·비토권 회복 포함…출자전환·신차배정·시설투자 성과 거둬

2018-05-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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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정부가 밝힌 한국GM 협상결과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우려돼 온 이른바 ‘먹튀’ 가능성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의 혈세를 투입시켜 회생시킨 한국GM이 향후 우리나라를 떠날 경우 정부가 받게 될 비난과 국민의 불안을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구조조정 원칙으로 지속가능한 경영 회생 방안 마련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 연장선에 있는 먹튀 방지책으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만료된 산은의 비토권을 회복하고, 주주감사권도 강화됐다고 밝혔다.
 
총자산 20% 이상의 자산 매각을 제한할 수 있는 비토권을 다시 회복함으로써 한국GM의 철수를 직접적으로 막겠다는 의미다.
 
또 주주감사권 강화는 한국GM사태가 발생하기 전 산은이 매출원가와 본사 관리비 등 민감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견제를 시도했지만, 한국GM의 비협조로 실패한 경험에 대한 보완책이다. 산은은 이로 인해 한국GM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정부는 아태(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유치와 R&D센터 내 충돌시험장 신축 등도 함께 발표했다.
 
GM의 아태지역본부는 현재 싱가포르에 있지만, 올해 초 상당 부분이 중남미 본부로 이전해 거의 폐쇄된 상태다.
 
이를 국내로 옮기겠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GM에 요구해 온 중장기적 사업 의지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아태지역본부가 국내에 설치되면 한국GM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다는 표면적인 이득 외에, 아태지역본부가 가진 GM 전체의 신차기획 및 신차 물품 배정의 참여 권리라는 실리를 챙기게 됐다.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아태지역본부에는 중국이 제외되는 등 다른 지역간의 문제가 있어, GM쪽에서 구체적 시기와 규모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을 받은 상태"라며 "때문에 전체 규모 등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상징적 의미가 크며, 아태지역본부가 연내 협상을 통해 들어오면 (국민들이)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GM의 장기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요구하던 지분매각 제한기간 10년은 ▲5년간 매각 전면제한 ▲이후 5년간 35% 이상 주식을 유지해 1대 주주 자리 유지 등으로 바뀌었다.
 
5년간은 산은의 의도대로 지분 매각을 막고, 이후 5년 뒤에는 GM이 지분을 35% 이상으로 유지해 현재 산은이 갖고 있는 17.02%와 합쳐 GM의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양측의 지분을 합치면 GM이 5년 뒤 77%의 지분 중 일부 지분 매각에 나서더라도 52.02% 이상으로 절반이 넘게 된다.
 
산은 관계자는 "처음 주장했던 10년간 지분 매각은 어차피 비토권 회복을 통해 10년을 보장받게 됐기 때문에 5년 단위로 매각하는 방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GM이 적지 않은 금액과 기술을 투자한 것이 가장 큰 족쇄가 될 것으로 계산했다.
 
GM은 설비투자, 구조조정 등의 목적으로 약 3조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한국GM에 대한 대출금 28억원의 전액 출자전환을 결정했다.
 
정부의 이번 협상결과는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산은은 국내 자동차 생산의 13%, 수출물량의 16%, 일자리 15만명, 부품 협력업체 3000여개 등의 지분을 가진 한국GM의 회생방안을 마련하고 국내에 눌러 앉히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 내세운 3대 구조조정 원칙 또한 준수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아주 나쁜 시나리오로 흘러서 우리나라에 미치게 되는 상황보다, 산업생산 수출 고용 지역경제 전반에 거쳐 긍정적 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며 "또 이 과정에서 우리가 구조조정 원칙을 3가지를 내세우고 그 원칙에서 흔들림 없이 중견조선사와 금호타이어에 이어 협상을 마무리하며 시장과 경제계에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브리핑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GM 관련 협상결과 및 부품업체·지역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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