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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요업무 임원 80%가 '미등기임원'

외환위기 이후 등기임원 감소세…이사회의 통제기능 약화 우려

2018-02-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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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은행권의 주요업무(전략기획, 재무관리, 위험관리 등)를 담당하는 임원(주요업무 담당 임원)의 80% 이상이 미등기 임원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등기임원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미등기임원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통제 기능이 약화되는 동시에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시중은행 12곳의 주요업무 담당 임원수를 조사한 결과, 주요업무 담당 임원의 80.2%(354명 중 284명)가 미등기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등기임원 가운데 주요업무 임원은 전체의 11.0%(639명 중 70명)로 나타났다.
 
등기임원 중 주요업무 담당 임원이 적은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사 이사회가 사외이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사내이사의 수가 점차 감소했으며, 반드시 등기임원이어야 하는 은행, 감사 및 상임감사위원을 우선적으로 등기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년간 일반은행의 등기임원의 평균 규모는 9.2명(사내이사 및 상임 감사직 3명, 사외이사 6.2명)이었으며, 미등기임원의 평균 규모는 9명이었다. 임원 규모의 연평균 증감률은 등기임원이 -3.4%로 감소하는 추세이며, 미등기임원의 경우 7.1%로 증가하는 추세다.
 
유고은 연구원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금융사 이사회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반사적으로 등기임원인 사내 이사의 수가 줄어들게 되고, 기존의 등기임원의 직무를 수행하던 자가 미등기임원이 됐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등기임원의 감소현상 및 미등기임원의 증가현상이 외환위기 직후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16년에도 이들 은행 주요업무집행자의 88.0%가 미등기임원이었다. 현재까지도 사실상 등기임원에 준해 업무를 수행하는 미등기임원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유고은 연구원은 "대부분의 주요업무 책임자가 미등기임원에 해당하고, 등기 여부가 업무의 중요도보다는 구조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통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등기임원에 준하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미등기임원이 대표이사에게 종속되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취지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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