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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미국서 출발해 중국서 마침표…문대통령 '비정상의 정상화' 외교

마음으로 다가가 상대방 공감·신뢰 얻는 '공공외교' 적극 활용

2017-12-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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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해 외교는 6월 미국방문으로 시작해 12월 중국 국빈방문으로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전임 박근혜정부의 사드배치 후폭풍을 떠안아야 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중 갈등 고조라는 최악의 환경에서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는 일종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행보였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미국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양한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전화통화를 나누는 등 우리나라의 제1 동맹국이자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은 절대 안 된다”며 북한의 각종 도발로 고조되는 미국 내 대북강경론에 제동을 걸었고, “미국은 동맹이지만, 일본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한·미·일 vs 북·중·러 동북아 대립구도가 고착되는 것에 선을 긋고 완급을 조절했다.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공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수용하게 됐지만, 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와 핵잠수함 등 첨단 전략 자산을 도입하면서 국방력 강화라는 실리를 챙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국빈방한 당시 문 대통령과의 우애를 과시하며 “한국은 단순한 오랜 동맹국 이상”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혈맹인 미국과의 외교가 기존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과정이었다면, 제1교역국인 중국과의 외교는 한 번 파탄이 난 관계를 복원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다. 박근혜정부의 기습적인 사드 배치에 중국은 경제보복으로 응수했다. 중국이 사드를 단순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군사적 도구가 아닌,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의 일환으로 인식하면서 문제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과 ‘균형외교론’, ‘3불정책 재천명’(사드 추가배치, 미국 MD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으로 중국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고, 각종 국제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면서 개인적 신뢰를 축적했다. 그 결과는 사드논란을 봉인키로 한 10·31 합의로 이어졌고, 문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방문해 양국 관계 정상화뿐만 아니라 교류의 대폭 확대라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G2국가 미·중과의 관계 외에도 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통한 균형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국 충칭에서 “한국은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유라시아, 남쪽으로는 아세안과 인도로 이어지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역내 국가들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은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소위 외교 ‘프로토콜’(Protocol)에 함몰된 기존 방식이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얻는 ‘공공외교’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첫 순방지였던 미국에서 6·25 전쟁 ‘장진호 전투’를 언급하면서 한미혈맹 관계를 재인식시키는 등 방문한 국가와 한국의 역사적 교류를 강조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일반 대중식당에서 식사하고 현지인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심리적 간격을 줄였다.
 
각 정상과의 관계형성에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부분을 틈새 공략해 마음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그가 사업가 시절 즐겼을 화려한 대접이 아닌 평택 군사기지 방문 등 대통령의 권위를 체감할 수 있는 일정으로 소통했다.
 
시진핑 주석의 경우 철저한 로우키(low-key)로 접근해 중국 1인자의 자존심을 살려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 체류시 시 주석과 만찬 이외에 별도의 밥 약속을 잡지 않았다. 중국문화에서 식사자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홀대’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보여 왔던 서민적 행보에 가깝다. 오히려 이를 통해 중국민의 큰 호감을 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각) 한-중 MOU체결식이 열린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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