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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현장에서)한샘, 사내 갑질문화부터 바꿔라

2017-11-08 16:28

조회수 : 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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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공 조건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조직문화'다. 조직문화란 조직 내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 가치관 등을 통틀어 말한다. 때문에 그 회사의 업무 과정, 만들어지는 제품과 제공되는 서비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공룡 기업인 애플과 구글의 성공 요인으로 조직문화를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수평적 또는 혁신적인 조직 문화로 인재를 모으고 회사를 성공시켰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한샘이 사내 성폭행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1970년 창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직원이 입사 6개월 만에 3명의 직원으로부터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는 정황과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은 더 들끓고 있다. 사건을 둘러싸고 새로운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어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47년간 브랜드업력을 쌓아온 한샘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파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한샘의 성과주의식, 상명하달식 조직문화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다. 영업직 인턴의 경우 정규직이 되기까지 할당 기준 이상의 가구 판매 실적을 거둬야 한다. 이 때문에 가족, 친지, 친구에게까지 가구를 팔아야 하는 청년들도 허다했다. 입사 후에도 마찬가지다. 업무강도가 강해 입사 후 퇴사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대리점도 본사의 '갑질 횡포'에 말없이 당해야 했다. 한샘이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강제하고 직원을 선발해 교육 시킨후 해당 대리점에게 수수료를 받아 챙긴 사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오랫동안 한샘 문화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지만 회사는 변화와 혁신 대신 현상유지를 택했다. 이번 사건 역시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권력구조가 원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릇된 조직문화는 사내 성범죄를 키울 뿐더라 피해자를 숨죽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샘이 매년 사상 최고실적을 갈아치우며 성장한 배경에 성과주의식 문화가 자리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변화와 시작에 대한 두려움, 소통 없는 조직구조 등 부작용도 뒤따랐다. 한샘은 이번 사건으로 대표이사 직속의 기업문화실을 신설했다.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문화실 신설이 끝이 돼서는 안 된다.
 
한샘은 공공연하게 '세계 최강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이를 위해 현재 세계 최강의 자리에 서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조직문화를 배우는 게 먼저다.
 
임효정 중소벤처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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