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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2009년 나는)8년전 오늘 그날의 영결식은...대학생의 눈으로 봤던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1화. 당일의 기억

2017-05-29 17:51

조회수 : 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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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2년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보냈던 '2009년' 기억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철저히 내 기억 위주로 작성할 계획이니, 큰 논란은 없었으면 한다. 어느때보다도 '나'보다는 '우리'를 위하고자 했던 그때, 내 모습을 써내려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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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9일. 이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던 날이다. 당시 나는 건대 문과대 학생회장으로 건대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들을 모아 시청으로 향했다.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시간임에도 시청은 출구를 나갈 수 없을 만큼, 추모객이 모여있었다. 나름 학생회장으로 학생들을 놓칠까봐 서로 손을 잡게 한 후 꾸역꾸역 영결 차량이 지나갈 곳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8년 전이라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는 기억나진 않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영결식 차량이 지나간 직후였다.


 
수십만이 시청광장과 광화문 거리를 메우고 있었지만, 광화문에서 시청으로 시청에서 숭례문쪽으로 차량이 지나간 100미터 뒤에서부터 전경들이 밀려들어오는게 보였다. 사방이 비명을 지르고 일부 사람들은 몸싸움이 시작됐다. 


 
학생대오 일부는 인권위원회 골목쪽으로 급히 움직였다. 이쪽에서도 경찰이 몰려오고 있었다. 숭례문 방향쪽에서는 멀치감히 아직도 영결식 차량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이 길 앞에서 학생 100여명이 경찰을 막았다. 급하게 움직이느라 학생 대오가 많이 모이진 않았지만 다른쪽보다 길이 좁아 막을 순 있었다.


 
잠시간의 대치가 끝나고 야당쪽 국회의원이 앞에 나서 경찰 지도부와 얘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학생들은 앞에서 차례대로 발언을 이어갔다. 나도 학교 대표로 얘기하긴 한 것 같은데 뭔 발언을 했는 진 잘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한두시간 후 대치는 풀렸다. 하지만 대한문쪽을 비롯해 경찰들은 모든 통로를 봉쇄했다. 마스크를 쓰거나 대학교, 노총 깃발 등을 든 사람들은 시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후 대한문 앞에서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을 중심으로 논의한 후 대한문 뒷길을 뚫기로 결정했다.


 
시간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일몰때쯤이었던 것 같다. 이때 정말 치열하게 싸운듯 하다. 사상자가 속출했고 우리학교 학생도 크게 다친 친구들이 나왔다. 정신차려 보니까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앞에 있었다. 경찰의 삼단봉이 그렇게 위력적(?)인 지는 그때 처음 알았다. 톡톡 치면 살갖이 찢어졌다. 전경 방망이에 맞은 친구는 앞니가 깨져 피가 뚝뚝 떨어졌다.


 
2009년 5월 29일 당일 9시 MBC 뉴스데스크에서 마스크를 쓴 내 모습이 영상에 나왔다. 이 영상을 보고 여러 지인들이 괜찮냐며 많이 전화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MBC에 들어가보니 당시 영상은 모두 지워져 있다. 영결식 관련된 보도 영상들도 모두. 이 사진인 당시 영결식 직후 대치하고 있던 모습을 노컷뉴스에서 캡쳐했다. 중에 우리학교 총화가 끝나고 들었던 생각이지만, 요즘 유행했던 '이게 나라냐' 라는 물음이 강하게 들었다.


 
서거한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던 학생과 시민들을 너무나 잔인하게 짓밟으려는 정부의 태도가 너무나도 싫었다.


 
다친 친구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나름 학교 지도부라고 며칠 전부터 학교 내에서 선전전을 하고 같이 가자고 했던 학생들이었다. 


 
이 사건 이후, 어떤 학생은 나를 전문시위꾼(?)으로 보기도 했다. 아니면 그냥 열심히 학생운동하는 학생회장으로 보기도 했다. 물론, 지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본질은 모두에게 똑같이 지지받는 리더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일 수도 있다.


 
앞으로 그당시와 관련한 많은 얘기들을 풀어낼 예정이지만 이 사건 전후로 많은 것이 바뀐 것은 맞다. 선배들에게 배웠던 '학습'의 실천은 무엇인지. 후배들에게 난 무엇을 알려줄 수 있을 지. 우리사회에서 나는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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