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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유찰된 인천공항 T2 면세점…복잡한 이해관계

높은 임대료·사드 여파 등 복합작용…높은 임대료 감안하면 입점업체만 피해

2017-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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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의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 3구역(DF3)이 4차례나 유찰되는 전례없는 일이 발생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2001년 개항 이래 처음으로 오는 10월 문을 여는 T2는 반쪽 개장을 하게 생겼다.
 
면세점 3구역이 미운 오리 새끼가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높은 임대료와 낮은 수익성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와 경직된 관세정책 등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로 악명이 높다. 인천공항공사는 4차 입찰에서 패션·잡화 취급공간인 DF3의 임대료로 517억원을 제시했다. 최초 제안보다는 20%가 낮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시간에 쫓기는 공항면세점 특성상 고가의 명품 구매가 많지 않고 명품업체들이 면세점 측에 높은 수수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요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높은 임대료를 감내하고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중 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급감한 중국인 입국자 수가 언제 회복될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른바 '갑'인 명품을 유치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DF3는 면적이 5000여평으로 이 넓은 공간을 채우려면 명품 부티끄를 넣어야 하는데 이들은 지금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다"며 "사드 영향 때문에 '6개월 후에 이야기 하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의 핵심 경쟁력이 될 3대 명품(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유치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명품은 브랜드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데 최근 몇년간 시내면세점이 급증하면서 추가 출점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현재 국내에서 이미 7개의 면세점 매장을 운영 중인데 올해 중으로 두 곳을 더 열 계획이다.
 
관세청이 중복낙찰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중복낙찰이 허용되면 1·2구역 사업권을 따낸 롯데와 신라면세점도 3구역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사업자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관세청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이 문제인 상황이기 때문에 중복낙찰이 안된다는 기본적인 입장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중복낙찰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관세청과 협의를 계속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T2 사업자 선정 공고 때부터 마찰을 빚어온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의 의견이 좁혀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듭된 유찰로 사업자 선정이 미뤄질수록 피해를 보는 곳은 결국 DF3에 입점하게 될 면세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면세점을 오픈해야 하는데 입찰이 자꾸 미뤄지면 준비가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 모습.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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