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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현장에서)최고의 항공서비스는 갑질 응대 아닌 '안전'

2016-1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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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최근 베트남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003490) 여객기에서 발생한 취객난동 사태로 인해 항공업계 보안 이슈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국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 이에 따른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서 시계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번 사건은 당시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미국 유명 팝가수 리차드 막스가 개인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비록 대한항공의 설명과 당시 현장 상황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 사장 아들의 갑질' 또는 '금수저 패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리차드 막스가 SNS에 사진과 함께 제재한 승무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글로 인해 항공사를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언론을 물론, 네티즌들은 즉각적으로 대한항공 항공보안 체계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물론 만취한 남성을 여성 승무원이 상대한 것은 위험천만한 대처로 개선돼야 하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빨리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채 승객들을 장시간 불안하게 만든 책임도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여성 승무원에게 발길질을 하고 사무장에게 침을 뱉으며 난동을 부린 취객을 매뉴얼에 따라 경고하고 제압한 대한항공의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의 근간은 피의자의 '손님은 왕'이라는 특권의식과 어떤 상황에서건 간이며 쓸개며 다 내어주길 바라는 국내 항공서비스를 향한 어긋난 기대에 있다. 그리고 사실여부 확인을 떠나 유명인의 개인 감상에 휘둘렸던 우리 속내에 자리 잡고 있던 항공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 역시 애꿎은 승무원을 탓한 원인이었다. 
 
유독 서비스 품질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은 특히나 비행기에서 엄하다. 최근 빠른 대중화에 한층 문턱이 낮아지긴 했지만 고가의 항공권을 구입해 이용하는 만큼 충분한 대접을 원한다.
 
100을 내고도 110의 서비스를 제공받길 바라는 게 국내 소비 문화에 짙게 깔려있음을 부인하기는 쉽지않다. 해외에서 일반화된 저가항공(LCC)이 국내 도입 초기 저가 운임에 따른 기내식 등의 유료 서비스에 뭇매를 맞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승객의 합리적 요구에 친절한 응대가 아닌 맹목적 친절 서비스를 강요한 항공사들의 서비스 의식 역시 문제다. 대다수의 승무원들이 소위 '진상' 승객 응대 과정에서 참을 인자를 수 없이 새기며 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원인과 과정을 떠나 승객과의 마찰은 결과적으로 승무원 인사고과에 불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외국 항공사에 근무하며 해외에 거주하는 국내 승무원들이 보다 나은 생활환경과 후한 대우를 제공하는 자국 항공사로서의 이직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내난동을 테러와 동일한 수준의 중범죄로 여겨 국내에 비해 훨씬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해외와 비교해 국내 항공안전법이 미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은 기내 난동에 대한 엄중한 처벌 기준이다. 
 
하지만 항공사와 소비자 모두 무조건적인 친절 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의 서비스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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