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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피플)"삼성, 자사 제품 선호 소비자들 상대로 꼼수 부려"

갤럭시노트7 사고 집단소송 이끄는 고영일 변호사

2016-11-03 06:00

조회수 : 1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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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삼성전자는 지금 자사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있는 것입니까?"
고영일(47·연수원 32기·가을햇살 법률사무소)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스로 ‘삼성 로얄컨슈머’(충성 소비자)라고 밝힐 정도로 삼성 제품을 선호한다. 그런 그가 갤럭시노트7 피해자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전자제품과는 거리가 먼 해양사고 전문 변호사다. 모순된 상황이다. 
고 변호사의 말이 이어졌다. "갤럭시노트7 피해자 대부분도 '삼성 충성 소비자'들입니다.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서 기업이 그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생각에 소송에 나선 겁니다." 고 변호사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부터 단종조치까지의 상황을 국면별로 조목조목 짚어가며 삼성전자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사건의 전말과 소비자에 대한 대기업의 기업 윤리를 짚어봤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원실 앞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7 피해자 집단소송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영일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도 사전 예약을 통해 갤럭시노트7을 구매한 고객이다. 애니콜(과거 삼성의 휴대폰 브랜드) 때부터 삼성 휴대폰만 썼다. 사실 삼성한테 충성도가 있는 고객이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처음에 배터리 확인하러 오라고 했다. 이건 애교로 봤다. 직장인들이 많으니까 다 점심시간에 몰렸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했다가 확인하고 왔다. 강제로 60%까지만 충전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설치됐다. 또 보조 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했다. 이후 영국과 호주 출장을 가게 됐다. 비행기 안에서는 이미 외국항공사가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비행기모드도 안 된다고 꺼놓으라고 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첩을 꺼내 일을 해야 했다. 사용제한이 된 거다.
 
리콜 할 때도 백업을 다 받아야 했다. 은행 애플리케이션(), 공인인증서 모두 기기가 바뀌면 전부 로그인을 다시 해야 했다. 내 시간을 들여 백업하러 가서 2시간가량 기다리고 다시 로그인하는데 3시간 썼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단종 조치를 하고, 기계를 바꾸라는 거다. 여기서 화가 났다. ‘이게 이렇게 해서 될 부분이 아닌데. 파리바게트 상품권 하나 줘서 될 문제가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고 변호사는 처음 리콜 조치를 할 때 삼성이 5000원짜리 파리바게트 상품권을 문자메시지로 줬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찾아서 피해 배상소송을 하는 분이 있으면 나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직원한테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다. 또 삼성 갤럭시 사용자들이 모이는 카페가 있었는데, 피해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데 대응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단소송을 위한 카페를 만들었다. 피해사례를 알 수 있고 어느 만큼 모이든 내가 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1017일부터 본격적으로 카페가 모습을 갖춰서 접수를 시작했다. 5일 동안 모집한 숫자가 (1차 소송 원고규모인) 527명이었다.
 
1차 소장 접수하는 날 바로 직전에 삼성이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했는데.
 
삼성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면서 50% 할인 정책을 내놨다. 계산해보면 할인 정책이 아니다. 삼성이 보상안을 발표하니까 소비자들이 더 화가 난 거 같다. 보상안을 보면 갤럭시S7으로 바꾸고 12개월 비용을 완납한 뒤 쓰던 중고폰을 반납하면 약정 프로그램은 끝난다. 12개월 쓴 휴대폰을 반납하면 남은 12개월 할부금은 면제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러고 나서 갤럭시S8으로 갈아타라는 거다. 갤럭시S8은 별도로 계약해 구입하라는 얘기다. 50% 할인 보상이 아니다. 그걸 보고 소비자가 화가 나서 이틀 동안 700명 넘게 소송비용을 내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 2차 소송참여는 1024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삼성이 내놓은 특단의 조치가 사실 할인 조치가 아니다. 산수를 할 수 있는 분들이 다 알 수 있다. 갤럭시S7S7대로 팔아먹고 그 이후에 렌탈료를 다 받고 갤럭시S8은 제값 받고 판다는 거다. 할인·보상조치 없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뿐이다. 기계를 수거하기 위해서 1년 동안 갤럭시S7에 대해 렌탈사업을 하는거다.
 
삼성이 발표한 보상안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갤럭시노트5로 바꾸는 사람조차 이 보상안에 해당이 안 된다. 자사 제품에 대해서조차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 타사제품으로 바꾸고 싶은 소비자도 전혀 보상이 안 된다. 현금으로 보상을 해줘야 타사제품으로 바꿀 기회를 보장해줄 수 있다. 삼성전자 보상계획은 이런 부분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다.
 
눈에 띄는 피해 사례가 있나.
 
폭발사고로 실제 피해를 입은 분을 상담한 적이 있다. 여자친구가 운전하고 있었고 자신은 조수석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잠바 주머니에서 연기가 나면서 폭발했다고 한다. 화재가 일어나 연기가 자욱해졌고, 차를 멈추고 119를 불러서 급하게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 유독가스로 호흡기 손상을 겪었고, 옆구리와 배 쪽에 화상을 입었다. 옷은 타버렸다. 삼성전자한테 신고를 하고 배상을 요구하니까 보험사에서 나와서는 병원비는 50%만 배상해주고, 옷은 구매 영수증이 없으니까 안 된다는 거다. 옷을 산 영수증을 누가 일일이 다 보관하겠느냐. 이 피해사례는 리콜 이후 제품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휴대폰을 부산에서 구입한 분이다. SKT는 판매점에서만 교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분은 근무지가 서울이다. 부산까지 가서 리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다. 단종 조치 후에도 부산에 가야하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 국적 피해자도 있다. 선정자로 해서 소송에 참여하는데 일반적인 이름이 아니라 도장을 새기는데 어려웠다.
 
삼성 초기 대응은 어땠는가.
 
처음에 삼성이 화재가 났을 때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았다. 외부에서 일부러 화재를 일으켰거나, 폭발사고를 일으키게끔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줘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몰았다. 피해자 중 한 명인데 아기와 같이 자고 있는 방에 휴대폰을 놨다. 외부 압력으로 발생한 피해라고 삼성전자 자체 내부의 진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진단이 나왔다. 언론 통해서 몰았다. 하지만 충격을 준다고 해서 폭발을 하지는 않는다. 삼성이 자체 진단을 KTL에 보낼 때도 외부충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만 확인을 요구했다고 국정감사에서 증언이 나왔다. 원인을 조사한 게 아니라 삼성의 요청에 따라 외부적인 요인이 외부압력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만 판단했다고 KTL 원장이 나와서 진술한 것으로 안다.
 
삼성은 아직도 외부 충격 때문이라면서 면책을 주장하고 있다. 화재가 난 제품을 수거한 뒤에 돌려주지도 않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는 아기가 자고 있는 방에서 화재가 일어났고, 아기와 트라우마도 겪고 있는데 블랙컨슈머로 몰아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식으로 일단 초기에 화재가 났을 때 안일하게 대응한 거다.
 
그다음 외국에서도 계속 사고가 발생하니까 삼성 SDI에서 만든 배터리가 하자가 있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고, 중국 ATL사 배터리로 전부 교환한 제품을 리콜했다. 또 폭발 사고가 났다. 결국 배터리 문제가 아니었다. 삼성은 사고원인에 대해서도 안일하게 단순히 배터리 문제라고 생각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도 아직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 하는 거 같다. 다만 하자가 있다는 것만 명백하다. 원인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았다. 사용제한 된 부분에 대해서는 배상을 할 의도가 없었고. 5000원짜리 파리바게트 상품권을 주는 건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든다. 거기서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사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하자 있는 제품을 판매했는데 초기대응이 안일했다. 원인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정당한 배상을 하지 않고 소비자들 눈가림하는 것은 삼성 측 과실이다.
 
삼성의 리콜제시 조치와 보상방안 발표가 소송에 영향을 미칠까.
 
삼성이 소송에서 보상프로그램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게 되면 실제로는 보상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계획이다. 삼성이 발표한 보상안은 실질적인 보상이 없다. 피해자들은 실제 자기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점검을 받으러 방문했다. TV100만원짜리 샀다고 생각해보자. 갤럭시노트7988900원이다. 100만원짜리 TV를 구입하고 화면이 잘 안 나오거나 문제가 생기면 기사가 온다. 삼성전자 기사가 와서 점검해준다. 수리가 가능하면 바로 해주고 못하면 직접 들고 가서 수리한 뒤 다시 설치해준다. 그게 안 되면 새 제품을 가지고 와서 해주든가, 또 안 되면 환불을 해준다. 갤럭시노트7도 똑같이 100만원짜리다. 50만명한테 팔아서 동일하게 점검받으러, 리콜받으러 간다. 또다시 교환하러 간다. 교환기간 동안 언제 폭발하는지 염려도 있다. 피해가 직접 발생했다. 포털사 등 정보유출 사례에서 1심 법원에서 10~50만원을 (배상액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있다. 법원서 기각하는 결정은 기대할 수 없고, 배상액이 어느 정도인지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2차 소송 접수 진행 상황은 어떤가.
 
11월에도 비슷하게 진행된다. 넷째 주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12월에도 마찬가지다. 2차 소송 원고규모는 3000명가량 예상하고 있다. 일단 지원하는 분이 있으면 계속해서 소송을 진행할 것이다. 저와 똑같은 피해를 입으셔서 그분들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소송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 권리가 잘 지켜진 거 같지 않다. 또 소비자 권리가 제대로 행사된 적도 없던 거 같다. 특정 기업을 공격한다거나 하는 의도는 없다. 모두 삼성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한 소비자들이고 삼성제품에 선호도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꼼수를 부리니까, 제품 사용 소비자들은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 소박한 소비자 권리로서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서 그 권리를 기업이 침해하지 못하도록 추후에 선례를 남기는 의미가 있다.
 
고영일 변호사. 사진/이우찬 기자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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