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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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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New스토리)BAT 격전장 된 인터넷전문은행, 봄날은 언제?

선두주자 위뱅크, 잇따른 경영진 이탈에 고심

2015-11-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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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늦은 밤 중신은행은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바이두와 함께 다이렉트 은행을 설립키로 했다는 이사회 결과를 발표했다. "대외 투자에 관련한 주요 사항이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주식 거래 중단을 신청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바이두 역시 18일 이와 관련한 전략발표회를 개최했다. 현지 미디어에 발송한 초청장에는 "바이두는 기존의 발전 전략을 따르는 동시에 인터넷 금융의 파고 속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딪을 것"이라 씌여 있었다. 
 
바이두와 중신은행에서 한 글자씩 따서 '바이신은행'이라 명명될 이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라 불리는 중국 3대 IT 공룡들은 모두 인터넷 금융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참여가 곧 시장의 활성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텐센트 계열 위뱅크는 경영진의 잇따른 이탈로 각종 구설에 오르고 있고, 알리바바 계열 마이뱅크는 짧은 영업기간에 비해 선방하고는 있지만 알리바바 생태계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중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올해 초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의 민영은행 육성 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 텐센트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선전 첸하이웨이중은행(前海微衆銀行, 영문명 위뱅크)이 영업 허가권을 얻어낸 데에 따른 결과다. 당시 설립 인가를 받은 기업은 총 다섯 곳이었는데, 이 중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형태를 표방한 곳은 위뱅크와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 마이파이낸셜이 이끄는 저장 왕상은행(網商銀行, 영문명 마이뱅크) 두 곳 뿐이다. 정부의 허가를 예상하고 일찍부터 준비를 해왔던 위뱅크는 곧바로 영업에 들어갔다. 마이뱅크는 위뱅크보다 반년 정도 늦은 지난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의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위뱅크는 화려한 경영진을 자랑했다. 종합금융그룹인 핑안그룹의 부총경리를 역임한 구민이 이사장을 맡았고, 중국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포함해 은행 업계에 20년 이상 몸 담아왔던 차오퉁을 행장으로 임명했다. 핑안그룹 산하 온라인 금융업체인 루팍스의 황리밍 부총경리, 친휘 선전은행관리감독국 정책법규처장, 완쥔 인민은행 선전분행 지불결제처장 등도 부행장으로 영입됐다. 이 밖에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로부터 상품 개발, 대관, 기술 업무를 위한 대규모 인력을 수혈했다.
 
◇1년도 채 안되 '삐걱'…원격 계좌개설 불가도 난제
 
업계 최초 타이틀을 최고로 격상시키기 위한 욕심이 과했던 것인지 위뱅크의 화려한 진용은 위기론을 부르는 부메랑이 됐다. 지난 14일 차이신 등 중국 언론들로부터 정신린 부행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약 두 달전 차오퉁 행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난 것에 이은 경영진의 이탈이다. 플랫폼금융을 담당하던 황푸 부행장과 대외협력 업무를 전담하던 유젠충 부총경리도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뱅크측은 이들의 퇴임 사실을 확인하며 "위뱅크의 발전을 위한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텐센트의 위뱅크는 중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최근 경영진 이탈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선전에 위치한 위뱅크 본사를 찾은 리커창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
 
경영진의 대규모 이탈에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을 대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인터넷과 금융이라는 이질적인 업종을 융합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기업은 빠른 속도와 높은 효율을 기본 특성으로 하는데 안정을 추구하는 금융권 출신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위뱅크 경영진 사이의 계파 갈등도 부적응에 일조했을 것이란 추측이 뒤따른다. 구민 이사장을 비롯한 핑안그룹 출신과 차오퉁, 정신린 등 시중은행 출신이 잘 융화되지 못하고 여러 부분에서 마찰을 일으켰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몇 개월간 위뱅크를 떠난 사람들은 모두 '비(非)핑안계'였으며, 차오퉁 전 행장이 곧바로 샤먼국제금융자산거래센터에 둥지를 튼 점 역시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으나 기존 질서를 깨뜨릴 만큼의 힘이 주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겨냥해 안면인식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원격 계좌개설의 발판으로 사용코자 했다. 그러나 중국인민은행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1년에 가까운 검토 끝에 영업점에서 계좌개설을 한 고객에 한해서만 인터넷은행 계좌개설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로서는 인터넷은행이 독립적으로 원격 계좌개설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신규 고객 창출은 시중은행과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초상은행이 위뱅크와의 협력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시중은행의 견제가 커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역을 소액 대출이나 재테크 상품 판매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시장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 출시가 늦어지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제한적 업무 영역…온라인쇼핑몰·농민 등 틈새시장 공략
 
업무 영역의 한계를 넘기 위한 기업들의 선택은 기존 강점과의 시너지였다. 위뱅크의 웨이리따이(微粒貸), 마이뱅크의 '타오바오텐마오따이(淘寶天猫貸) 등이 대표적이다. 웨이리따이는 지난 5월 첫 선으르 보인 위뱅크의 첫 번째 대출 상품이다. 500위안부터 최대 20만위안(약 3600만원)까지 신용카드론보다 낮은 이율로 빌릴 수 있다. 클릭 몇 번과 간단한 기본 정보 제공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담보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기존 은행권 대출보다 나은점으로 평가된다. 9월 말 기준 대출 집행 금액은 30억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 몇 초 사이 개인의 신용 정보를 판단하는 위뱅크의 시스템은 인민은행의 개인 신용 데이터와 위챗, QQ 등 텐센트의 SNS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용자가 SNS를 얼마나 활발하게 이용하는지, 이용자 사이에서의 평판이 어떠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텐센트 계열 SNS 이용 고객 중 화이트리스트를 선별해 서비스 사용을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SNS 관련 데이터를 리스크 관리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는 점과 텐페이, 위챗지갑 등 기존에 텐센트가 제공했던 금융 서비스들의 시장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은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알리바바 계열의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뱅크'는 업무 범위의 한계를 틈새 시장 공략으로 극복하려 한다. 사진은 지난 6월 항저우에서 열린 마이뱅크 출범식의 모습. 사진/뉴시스
 
마이뱅크의 타오바오텐마오따이는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생태계에 기댄 전형적인 모델이다. 이는 알리바바 계열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나 텐마오의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저리 대출이다. 지난 7월 출시된 이 상품은 중국 최대 쇼핑 성수기인 솔로데이(중국명 광군제)를 앞두고 프로모션을 극대화 했다. 사전 물품 구매나 임시 인력 채용, 타겟 마케팅 등 연중 대목을 준비하기 위한 자금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이뱅크는 초기 이자 면제 등의 혜택은 물론 마이파이낸셜 클라우드 기술 지원, 알리페이 지불 보장과 같은 계열사의 역량을 총 동원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솔로데이 하루 전인 지난 10일 밤 11시 기준 총 90억위안의 대출을 집행했다. 참여 업체는 약 10만개로 다수가 전년대비 매출 두 배 성장 등의 성과를 냈다.
 
마이뱅크의 최신 상품인 '왕눙따이(旺農貸)'는 기존 대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농민들을 겨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상품이지만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농촌 특성을 감안해 오프라인과의 결합을 강화했다. 농촌의 전자상거래를 확대하기 위해 산둥, 허베이, 안휘, 헤이룽장 등 17개성 60개 현에 설치된 '농촌 타오바오' 서비스센터를 통해 왕눙따이 모바일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대 50만위안(약 9000만원)을 6~24개월간 담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토지, 주택, 점포 등의 정보를 요구하긴 하지만 신용평가를 위한 참고자료 수준이다.
 
이 외에도 마이뱅크는 '류량따이(流量貸)', '커우베이따이(口碑貸)' 등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연말까지 50만개의 영세 기업에 대출을 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중국 최대 트래픽 통계기관 CNZZ와도 제휴해 신용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한다.
 
◇바이두, 전문은행 아닌 다이렉트은행으로 가세
 
이처럼 업체별로 나름의 경쟁력을 내세워 업무 역량을 키우고 있지만 원격 계좌개설 불가라는 근본적 한계로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은행과 차별점을 두기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시장 관계자들은 바이두의 선택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두가 당초 계획했던 민영은행이 아닌 기존 은행의 플랫폼 확장 일환인 다이렉트 은행 형태로 금융 영역에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비율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중신은행이 더 많은 지분을 갖기로 합의한 점도 바이두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이렉트 은행 설립 필요성을 느낀 중신은행이 바이두의 뛰어난 검색 역량과 다수의 O2O 플랫폼, 막대한 트래픽 유입량, 빅데이터 분석 능력 등을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신은행은 중신은행의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고 온라인에서 재테크 상품이나 통화펀드에 가입하는 등 종전의 다이렉트은행의 형태를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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