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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점자블록이 살렸다(뉴스북)

2024-01-1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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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수요일에 온 눈은 쌓인 후가 문제였습니다. 어설프게 눈이 녹은 곳은 너무 미끄러웠습니다.
 
눈이 내리는 17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인적으로도 집 근처 역에서 내려 돌아오는 길에 5~6번이나 발이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게 아닌데도 그랬습니다. 그 지점이 가로등이 잘 닿지 않고 너무 어두워서 어디가 얼어있고, 어디가 아닌지 판별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집에 무사히 갈 수 있을지 점점 의문이 들다가 점자블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상시처럼 무신경하게 걸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점자블록 위를 조금만 신경써서 걸었더니 더이상 미끄러지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침 일찍 회사 갈 일이 있어서 합정역으로 나오는 인도를 걸었는데 계속 미끄러웠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해 행인 일부는 점자블록을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시각 장애인을 위해 깔아놓은 점자블록이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장애인 등 인권을 이야기할 때 그런 비유를 많이 듭니다. 건물 입구에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어놓으면 휠체어만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임신부나 노인 등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장애인의 인권을 개선하면 비장애인에게도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점자블록이 누군가의 목숨도 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넘어지는 사고를 포함하는 낙상 사고는 노인들이 많이 당합니다. 낙상 사고는 사망률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니, 점자블록이 생명을 구한 셈입니다. 앞으로 고령화가 심해지는 게 예정돼있으니 점자블록이 건지는 목숨은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이렇게 비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점자블록이 정작 장애인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새삼 살펴보면 좀 서글퍼집니다. 장애물에 가로막혔다느니, 끊겼다느니, 구석으로 밀려났다느니... 때 되면 부실한 지점이 자꾸 드러납니다.
 
이런 게 점자블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장애인에게 정말 도움이 되도록 개선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개선하는 방법을 아는 사회라면, 이 역시 비장애인에게도 더더욱 도움이 될 것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될겁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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