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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시진핑에 손내민 바이든…한중관계만 먹구름

윤석열정부, 관계 풀어보려 하지만…중국 강경

2023-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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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공식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바이든 미국 행정부 내 강경 대중 외교라인이 속속 교체되면서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탈위험) 전략이 반영된 행보입니다. 한국은 사면초가 형국입니다. 최근 들어 정부 내에서도 중국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은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게다가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원활히 되지 않는 등 한한령(한류 제한령)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추가적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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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 국무부 중국조정실 수장인 릭 워터스 국무부 중국·대만 부차관보가 내달 23일(현지시간) 사임합니다. 중국조정실은 미국의 대중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관계에 대해 “조만간 해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지 나흘 만의 일입니다. 이는 미국의 대중 전략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맞춰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최근 국무부 내 대중 외교를 맡아 온 주요 인사들도 잇따라 자리를 떠났습니다. 미국의 대중 외교를 이끌었던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2일 은퇴를 선언했고, 지난 2월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로라 로젠버거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이 사임했습니다. 중국도 주미대사에 강경파인 화춘잉 차관보 대신 온건파인 셰펑을 임명하면서 양국이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이 경제·무역 분야에서부터 고위급 대화를 본격 재개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났다고 전했습니다. 양국은 상대를 향한 경제적 정책·조치 등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양국은 소통을 이어가기로 약속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양측이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후 급속도로 악화하는 대중 관계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당국이 한국에 경제·무역과 관련된 비공식적 규제 조치를 가동하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지난 22일에는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원활하지 않자, 중국이 한국 포털사이트 접속 차단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중국이 과거 박근혜정부 때처럼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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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윤석열정부의 외교라인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2일 “중국도 현안에 대해 한국, 일본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 양자 간 전략 대화를 시작해 보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제 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곧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탈중국을 선언한 적도,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세가 1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입니다.
 
외교 당국도 서둘러 한중 고위급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실무협의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한·중 외교부 국장은 지난 22일 서울에서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해 12월 취임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만 한차례 했을 뿐, 아직까지 대면 회담을 하지 못했습니다. 외교 당국은 연내 한중 정상회담 추진을 목표로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입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이 1년 동안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보면서 전략적 인내를 했다고 본다”며 “최근 한국의 친미 노선이 분명해지면서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정책을 바꾸는 것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미국은 디리스킹을 언급한 이후 한쪽으로 싸워도 한쪽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있다. 향후 중국과 관계를 푼 미국이 한국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이 한국을 배제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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