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허지은

소액 실손청구를 권하지 않습니다

2023-05-19 09:14

조회수 : 6,06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노트북 앞에서 쪼그려 있는 직업이다 보니 종종 근육통에 시달리곤 합니다. 거기에 더해 정해진 사무실이 없이, 업무에 필요한 짐들을 들고 다니다보니 특히 자주 아픈 곳이 손목입니다. 손목 통증이 있을 때마다 정형외과나 한방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습니다.
 
이런 치료들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면 받을 수 있는 경우이지요. 하지만 아직 청구를 자주 하지 않았는데요. 보험을 취재하다보면 보험판매인들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액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보험 가입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 때문입니다. 단순 근육통으로 도수치료를 받았던 것이라도, 해당 부위의 보장은 담보를 잡을 수 없는(부담보) 경우가 흔하지요.
 
그나마 이는 같은 보험사 상품에 가입할 때만 유효합니다. 해당 보험사에 청구한 사례에 대해서만 판단을 하기 때문인데요.
 
만약 내 건강정보를 모든 보험사들이 열람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험 가입 거절은 물론 보험금 지급 거절도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예측들이 나옵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는데요. 이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본 A씨의 말입니다. 좀 길지만 중요한 메시지가 많아 최대한 핵심만 전달합니다.
 
"보험사들이 실손청구를 하지 않아 쌓여있는 돈들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명분으로 청구 간소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비자단체들이 찬성을 하고 있지만 소탐대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 몇 번 보험금 청구 절차가 귀찮다고, 건강정보를 보험사에 주는 거잖아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4세대 실손보험 가입한 경우가 많은데, 자기부담금이 높으니 실제로 도수치료 몇 번이나 받겠어요. 만약 법이 통과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세요. 나중에는 목이 됐든 허리가 됐든, 나이들면 아픈 곳이 생길거고 그거 관련해서는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게 되는 거거든요."
 
실손청구 간소화가 되지 않은 지금도 앞서 이야기한대로 기존 의료기록이 발목을 잡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하물며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추진되면 이러한 일은 더욱 흔히 발생할 거라는 건 합리적 추측입니다.
 
아직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추진되지는 않았지만, 전에 없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지인 A씨는 허리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상세 검사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할 지 고민된다는 이야기를 제게 전했습니다. 십여 만원 가량의 검사비,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저는 청구를 하지 말라 조언했습니다.
 
실손의료보험청구간소화 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17일 하루 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자단체 등이 법 통과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사진 = 뉴스토마토)
  • 허지은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