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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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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결권의 함정

2023-05-08 18:00

조회수 :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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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복수의결권 관련 법을 처리한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논란이 있습니다. 비상장사에만 허용된 것이지만 상장사도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상장사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많아 기업집단의 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란 걱정을 삽니다.
 
벤처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복수의결권 도입 취지부터 모순이 있습니다. 벤처기업에 돈을 대는 투자가들은 미래의 구주매출 등 자본회수 몫이 불어날 것을 기대합니다. 여기엔 경영권 프리미엄이 큰 역할을 합니다. 흔히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 그 회사의 주가가 부양하는 효과도 일어납니다.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그런 경영권 프리미엄 등 무형자산에 베팅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성장이 더딘 굴뚝산업보다 주식 거래가 활발한 배터리에 투자하는 데는 배터리 제조사의 순이익 등 실질가치보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관련 종목들의 주가수익률이 크게 웃도는 현상은 무형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까닭이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데도 무형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그런데 그 속에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가 원천 배제된다고 하면 투자자들의 의욕도 떨어집니다. 즉,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돕는 제도가 정작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벤처기업을 돕고자하는 취지가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작 제도 논의 과정에선 벤처기업들도 반신반의 했다고 합니다.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확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제도가 허용된 데는 대기업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처음 비상장사에 물꼬를 터줬기 때문에 상장사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재계에서 커질 것입니다. 그러면 재계는 복수의결권을 활용해 경영권을 세습하고 경제력 집중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복수의결권을 허용받은 비상장 벤처회사의 지배주주들은 기업이 성장한 뒤 상장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상장하게 되면 복수의결권주식을 보통주로 강제전환해야 하는데 그러면 경영권을 잃게 될 수 있어서이죠. 이로 인해 비상장 벤처회사의 지배주주들은 상장사에도 복수의결권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비상장사에 제도를 허용한 것이 재계가 미래를 위한 씨를 뿌린 것이 아닌지 의심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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