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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이용만 당하나…한국 외교, 미일 선거용으로 전락?

바이든,한미 정상회담 전날 출마선언…한국에 무례’ 지적 제기

2023-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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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국빈 방미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관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첫 대면하고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12년만 입니다. 대통령실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성과 홍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루 전날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한국은 공교로운 입장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얻은 경제적 성과를 차기 대선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노골화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보궐선거에서 압승했으며, 타임지 선정 100인에 뽑힌 바 있어 한국 외교가 미국과 일본 국내 정치에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을 마무리 짓자”고 했습니다. 그는 특히 주요 경제 성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을 내세우며 미국 제조업 부흥을 약속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슬로건을 내걸며 경제 중심의 외교를 펼쳐온 흐름과 일치하는 행보입니다. 
 
문제는 하필,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불리한 IRA법, 반도체법 등을 활용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는 겁니다. IRA법의 경우,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는 법 조항을 바꾸지 못한 가운데 렌트·리스용으로 판매되는 상업용 전기차에는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게 해,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정부와 우리 기업의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지난 18일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리스트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차를 제외해 보조금 혜택을 단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게다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 '한미 정상회담 논의에 대해 아는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한 반도체 관련 요구 사항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부족분을 메우지 말아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국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30~4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등이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긍정도 부정하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날 출마 선언한 것에 대해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뉴스토마토>에 “IRA법 등을 바이든 대통령의 치적으로 사용하고, 활용하는 것은 한국을 (자신들의 선거를 위한)양념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에 무례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민을 화나게 했던 IRA법 등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핵협의그룹)를 창설하기로 한 청구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의 양적·질적 지원 확대,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문제에서 성과를 얻어낼 경우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윤 대통령 국민방문 기간에 왜 출마를 선언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동맹 70주년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지난 2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5석 가운데 4석을 가져가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현지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도 한국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정치인으로서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한때는 ‘존재감 제로’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고, 정권 유지가 어렵다는 말까지 들었던 기시다 총리였지만,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높인 겁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난 23일 치러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5개 지역 보궐선거 중 4곳에서 이기면서 ‘압승’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압승의 원인으로 기시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성과와 암살 시도 사건 등을 꼽았습니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는 한국과 정상회담 이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타임지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미국과 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등 일본의 외교 정책을 다각도로 혁신시켰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에 먼저 양보해 일본의 호응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은 100인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또 대일 저자세 외교 비판여론이 일면서 지지도가 급락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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