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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핵에는 핵'…한반도, 끝내 '핵 화약고'로

실질적 확장억제 강화 첫 명문화…군비 증강 경쟁 '소용돌이'

2023-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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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진행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가 24일 보도됐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과 별개로 대북 확장억제 관련 별도의 성명을 발표합니다. 양국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미 간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확장억제가 명시됩니다. 대통령실은 보다 실질적 확장억제 강화를 통한 ‘한국형 핵공유’를 이룰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확장억제 강화가 북한을 자극, 한반도 전체가 전쟁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보다 진전된 확장억제"…강대강 치닫는 한반도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결과물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을 별도의 문건을 발표할 것이며 보다 진전된 확장 억제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핵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전술핵무기 등 전략자산으로 자국 공격을 받을 때와 같이 막아준다는 개념입니다. 
 
대통령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를 주요하게 다룰 의제라고 공개된 이후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그간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이 한국을 위해 북한에 핵으로 보복해 대응한다는 문구를 한미 군 당국 협의체나 성명에 명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핵 공동기획과 실행을 논의할 장관급 상설 협의체를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년마다 여는 한미 국장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 계기로 급을 격상시킨 협의체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북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갖고 계신 불안과 우려를 종식할 수 있도록 두 정상 간에 보다 실효적이고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최종 문구는 조율 중”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미국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와 관련된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한국에 약속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한국 자체의 핵보유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비확산 의무를 잘 이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4일 북한의 장소가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지난 1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 시험발사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13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실질적 확장억제 '역설'…자국 안보 위협 초래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본지에 “지금까지는 한국이 미국의 핵 운용에 관해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걸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다”며 “실질적 확장억제를 명문화하게 될 경우 군비 증강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군비 증강 경쟁이란 한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우위에 있는 무기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면, 상대국 역시 더욱 우위에 있는 무기 생산에 초점을 맞추면서 경쟁을 펼친다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군비 증강 경쟁은 필연적으로 전쟁 위기 고조를 불러오는 경향이 있어 역설적으로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재개된 한미 연합훈련 지난 2~3월은 군비 증강 경쟁과 전쟁 위기 고조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한반도에 미국 전략자산이 투입되자,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반발해 왔습니다. 북한의 반발에 한미 연합훈련에는 보다 빈번하게 전략자산이 투입됐고 북한도 더욱 강력한 미사일 등을 발사하며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2월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반발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군정찰위성, 미사일 정상각도 발사, 제7차 핵실험 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남북이 군비 증강 경쟁을 벌일 경우 한반도가 핵 전쟁터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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