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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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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이슈&이슈)다시 들썩이는 유가…여름에 더 오른다

리오프닝·감산·비축유 상승 요인 충분

2023-04-15 02:00

조회수 : 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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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가상승 및 긴축 완화로 각종 상품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데다 중국의 리오프닝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유가 상승을 바라보는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2.1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3일 80달러를 넘어선 뒤 꾸준한 강세를 보이다가 모처럼 1.32% 하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14일 거래 시작과 함께 다시 상승 전환, 82.4달러 부근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긴축완화 기대와 실물부진 우려 엇갈려 
 
국제유가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초부터 3년여간 변덕 심한 날씨처럼 맑음과 폭풍우를 오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엔 마이너스 가격(-37.63달러)으로까지 추락했다가 1년 후 초강세로 돌아서는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줬습니다. 지난해 5월엔 120달러를 넘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6월부터 안정을 찾으며 약세 전환해 11월경부터 3개월간 70달러대에서 횡보했습니다. 지난 3월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공포가 확대되자 6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 다른 요인이 겹치면서 이번엔 80달러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최근 유가 상승의 배경엔 물가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12일과 13일(현지시각) 각각 3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를 발표했습니다. 시장의 예상보다 상승률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유가를 밀어 올린 것입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내달 2~3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전문가들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니 시장은 인상보다 미래의 금리 하락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실물자산의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미국 물가 발표와 함께 유가는 물론 주식, 금, 비트코인 가격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다만 유가에 비해 금과 비트코인이 더 강세였다는 점이 꺼림칙합니다. 긴축 완화보다 안전자산 쏠림으로 해석한다면 단순히 물가, 금리 전망에 따른 수혜보다 실물경제 부진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리오프닝 등 유가 올릴 호재 많아
 
유가 상승을 둘러싼 배경에는 금리 외에도 다른 굵직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산유국의 감산입니다.
 
지난 2일 OPEC+는 다음달부터 생산량을 하루 116만배럴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OPEC은 13일자 월간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억제될 수 있다”며 감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감산 결정은 지금의 유가 수준을 지키겠다는 OPEC의 의지와 다름없어 유가가 재차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미국이 조만간 전략비축유(SPR)를 보충할 예정이라는 사실도 유가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자 가격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1억8000만배럴 상당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1년간 총 2억배럴 정도를 푼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제는 다시 채워놓을 차례입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총 6000만배럴을 순차적으로 재비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럴당 67~72달러 또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서 채울 계획이라는데 벌써 80달러를 넘어 언제 실행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난해 방출한 가격이 평균 97달러이므로 80달러 선에서 비축해도 미국 정부가 손해 보는 상황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에 영향을 주게 될 핵심 요인은 중국의 리오프닝입니다. 지난해 중국은 고강도 코로나 방역조치로 인해 원유 수요가 이례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올해는 경제활동이 정상화돼 원유 수요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중국의 원유 수요가 하루 71만배럴, 총 1586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OPEC도 중국이 일일 71만배럴, 총 1556만배럴 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의 원유 수요를 반영해 아시아 공식판매가격(OSP)을 3개월 연속으로 인상했습니다. 
 
여기에 자동차 운행량이 증가하는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어 유가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OPEC+의 감산, 미국의 원유생산 정체 등 공급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강한 원유 수요는 국제유가 강세를 부추길 것”이라며 “은행 사태와 같은 금융불안 등으로 위험기피 심리가 확산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는 강세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가격(WTI)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습니다. 올해 전망치는 2.5% 높인 85.01달러. 내년은 4.7% 상향조정한 81.21달러입니다. 
 
정유사, 작년만큼 아니어도 ‘좋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가 높게 유지될 경우 국내 경제와 기업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환율까지 높다 보니 에너지, 농산물 등 수입물가가 뛰어 서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정유사들과 같은 일부 업종은 유가 상승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정제마진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작년의 정제마진이 너무 좋았던 것일 뿐 지금도 평년 수준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정유사 중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 등 다른 사업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 정유업종만 본다면 S-Oil로 관심을 좁히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Oil에 대해 “작년 4분기 4000억원 이상이었던 재고 관련 손실이 1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돼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정제마진과 유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해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15%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S-Oil의 1분기 매출액을 9.3조원. 영업이익은 510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유가 상승 덕에 사상 최대 기록을 쓴 최근 실적에는 미치지 못해도 평년에 비하면 우수한 성적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목표가는 12만원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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