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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국민 내의까지 챙기는 김정은…그 ‘애민’의 이면

2023-03-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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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부터 3월 1일 사이에 촬영하고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한숨부터 나옵니다. 한편으로 짠하기도 합니다.
 
"원군미풍열성자들을 위해 한 끼 한 끼 식사 차림표까지 보아주시며 그 기준량도 고쳐주시고…, 봄가을 내의를 비롯한 생활필수품도 보내주도록 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창건(2월 8일) 75주년을 맞아 평양에 특별히 초대한 원군(군 후원)미풍열성자들을 각별히 보살폈다는 지난 1일 자 북한 <노동신문> 기사의 한 대목입니다.
 
‘위대한 태양’ 김정은 위원장의 따뜻한 애민 활동을 과시하려는 의도이겠으나, 최고지도자가 구체적인 음식량과 내의 지급까지 직접 신경 써야만 하는 북한의 궁핍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한 해 대략 550만톤(정곡)의 식량이 필요하나 평균 50만 톤 정도가 부족하고, 이 중 일부를 남한이나 국제사회의 지원과 수입으로 보충해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심각한 만성 식량부족 국가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개성 등에 아사자 발생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식량 사정이 더 나빠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달 25일 <노동신문>은 "전대미문의 혹독한 난관을 백승의 힘으로 타개하고 농업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기어이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며 의지"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다음 날인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나흘간 농업문제를 골자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8기 7차)를 열었습니다. 작년 12월에 이어 불과 두 달 만에 또 전원회의를 열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보당 수확고를 높이라는 깨알 지시를 하면서 ”올해 알곡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해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전원회의가 끝난 뒤 <노동신문>은 내각부총리 관련 간부들이 농사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죄책감에 머리를 들 수 없다"며 반성하고 있다는 기사를 1면에 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에 적극 대응하고 소통하려는 모습에서, 상황의 심각함을 짐작하게 합니다.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막히자 안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9년 12월 말 당 전원회의(7기 5차)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정면돌파' 기조를 정하면서 "국가상업체계, 사회주의 상업을 시급히 복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 경제 활성화의 견인차로, '노동당 위에 장마당'이라는 말까지 듣던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것이었고, 이는 주민들의 소득감소로 직결됐습니다. 마치 김정일이 2002년에 시장경제 기능을 일부 도입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시행했다가 이를 뒤집은 것처럼 말입니다.
 
또 양곡 판매를 이전처럼 국가 양곡판매소가 독점하도록 하면서, 지역 간 배분 문제까지 발생했습니다. 올해 북한의 식량 문제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얘깁니다. 
 
김일성 3대 "이팝에 고깃국", "인민들 다시는 허리띠 조이지 않게" 약속 못 지켜
 
김 위원장은 집권 다음 해인 2012년에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민들은 주린 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팝(쌀밥)에 고깃국"을 약속했으나 공염불에 그쳤던 선대들처럼 말입니다.
 
물론 김 위원장도 나름의 노력을 했습니다. 2018년과 2019년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핵문제를 타결하고 국제제재를 해소해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됐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 희망은 물거품이 돼 버렸습니다.
 
북한 <노동신문> 2015년 8월 13일자, 당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군부대 산하 농장을 방문해 콩과 장물과 강냉이품종들의 시험재배를 지켜보고 지시하는 장면. (사진=뉴시스)
 
노무현 "고립 자초하는 자주는 할 수 없는 것" 김정일에게 충고
 
김 위원장은 "몇 해 안에 농업생산에서 근본적 변혁을 일으킬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난망한 일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국제적인 봉쇄 상태에서 북한 경제가 근본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국을 후견국이라고 하나, 겨우 붕괴를 막는 지원에 그칠 뿐입니다.
 
북한은 미국이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없고, 개방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과 자주를 강조합니다. 과연 그런가요?
 
2016년 4월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군 무기로 북한을 파괴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옆에 있는 한국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북한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강점입니다.
 
자주는 어떻습니까?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한의 비자주적이라며 비판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고립을 자초하는 자주는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남북이 완전한 협력관계에 들어서고 북측이 국제관계에 들어서고 나면 (북을) 쫓아내지 못한다. 지금은 세게 하면 고립이 되지만, 자리를 잡고 난 뒤에 하면 자주가 된다"고 충고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결국 "옳다, 노 대통령님의 견해를 충분히 알았다"고 답하지 않았던가요?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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