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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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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지표 디벼보기)고용이 뭐길래…금융시장 ‘흔들’

주가 올랐지만 변동성 확대…“금리·환율 반전은 연준 의지”

2023-02-1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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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예상을 뛰어넘은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금리와 반대로 움직였던 주식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위원들이 매파 발언을 쏟아내는 데도 올랐지만 시장금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달러환율도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분간 금리와 환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예상을 크게 웃돈 1월 고용시장 지표를 두고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1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의 3배에 가까운 약 51만개가 늘었고 실업률도 53년만에 최저치(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준금리 상단 높아지나
 
고용이 좋다는 건 일자리를 찾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죠.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준을 비롯해 시장 참여자들은 이 수치에 적잖이 놀란 것 같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을 언급했습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 증발을 막고 재정과 금융을 긴축하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조금씩 통화를 줄여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게 되죠. 즉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과정이 시작됐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이 그토록 기다렸던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주가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파월은 서비스물가가 꿈쩍 않고 있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번엔 올랐던 주가가 제자리로 내려옵니다. 그러다가 또 잠시 후 파월의 발언이 안도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주가는 오름세로 다시 돌아섰습니다. 이날 하루 미국 주식시장은 파월의 입에 맞춰 출렁였습니다. 
 
연준의 매파 위원들은 고용지표를 근거로 물가를 추가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75%입니다. 시장은 여기에서 베이비스텝을 한두 번 더 밟아 최종금리가 5.00~5.25%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고용지표와 연준의 발언은 금리 상단이 이보다 한두 단계 높아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미국채10년, 다시 오른다
 
이에 시장금리가 반응했습니다. 미국채 금리가 올랐어요. 미국채는 연준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3개월 넘게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채 10년물의 경우 지난해 10월 4.25%까지 올랐다가 11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1월19일 장중에 3.325%까지 내려왔습니다. 그 이후에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2월3일부터 반등해 파월의 발언 당일 3.6%대 후반까지 상승했습니다. 
 
사실 장기물 금리가 하락했을 뿐 단기물은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죠. 작년 10월 하순부터 상승세가 둔해지긴 했어도 장기물처럼 눈에 띄게 하락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미국채 3개월물은 4.729%, 만기가 더 짧은 1개월물은 4.62%를 기록 중입니다.
 
이렇게 금융시장엔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주가가 탄탄한 것이 큰 변화입니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결정적인 원인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와 금리 상승에 있음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이로 인해 채권금리는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죠. 이후 금리 상승폭이 커지면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금리 상승세가 약해지거나 멈출 만한 재료가 나오면 주가가 반등하는 일이 오랫동안 되풀이됐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금리가 오르는데도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파월의 발언이 있었던 7일 하루에만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밈 주식이 먼저 움직이고 ‘FAANG’(페이스북(메타),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테슬라 등 대표 성장주들이 들썩이며 금리 상승을 이겨내는 변화가 포착되고 있는 겁니다. 7일 상승엔 반도체와 에너지 등 구경제에 속한 종목들도 동참했습니다. 
 
 
“기대감 조금 앞서가는 수준”
 
미국 금융시장만 보면 주식시장에 불어오는 봄바람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미국채 금리가 단기 바닥을 찍은 날부터 원달러환율이 반등하기 시작했으니까요.
 
2월1일 우리 시간으로 2일 새벽, 미국채 금리가 3개월물, 10년물이 동반 저점을 찍고 난 그날 원달러환율도 1220.3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줄곧 내리막을 걷던 환율이 약 100일 만에 반등하는 것입니다. 반등폭도 제법 큽니다. 일주일새 1260원을 넘어섰거든요. 
 
평상시 원달러환율이 1200원 아래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영향인지 기세 좋게 오르던 주가도 2500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1월말부터 조정 양상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를 바라보는 증권사의 시각은 차분해 보입니다. 김상훈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 연구원은 “2월 FOMC와 1월 고용보고서 발표 전후로 변동이 커지기는 했지만 현재 OIS(초단기 외화대출) 내재금리가 올해 9~11월부터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채권)시장 반영은 적절하다”면서도 “장단기 금리 역전 여부와 상관없이 최종금리까지 올린 이후에 첫 인하까지 걸린 평균 시차를 고려하면 시장의 인하 반영 시점이 다소 빠르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적용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3월이 될 것으로 추정했고요. 채권 전문가는 시장이 조금 앞서가는 것이란 정도의 시각인가 봅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가는 이미 진정되는 과정이고 이번에 발표된 수준의 고용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정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금리와 환율이 반전한 것은 연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있는 고용시장보다는 확정적으로 진정이 예정된 물가지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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