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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뉴스북)소수 의견

2023-02-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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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정당의 본질은 다양성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모임인 ‘민주당의 길’이 지난달 31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해 국민의 뜻과 국익에 부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대표를 선두로 친명(친이재명)계가 당권을 잡은 상황에 비명계가 주도하는 모임에서 나온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당내 민주주의를 굽어살피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의 개혁 방향으로 ‘당내 민주주의 담보’가 제시됐습니다. 이 대표도, 비명계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당내 직무와 권한에서 상대적으로 소수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성을 강조한 겁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에게 내비친 의지가 오롯이 실현되는 모양새는 아닌 듯합니다. 최근 민주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그 결과 정국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안들에서 그런 낌새는 여실히 포착됐습니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는 그중 하나입니다.
 
민주당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장외투쟁에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지역위원장, 당원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리며 ‘성황리 개최’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규탄대회를 두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분 말고는 대부분 많은 의원이 참석했다(안호영 수석대변인)”고 주장했죠. 당의 ‘단일대오’로 장외투쟁이 잘 마무리됐다는 뜻입니다.
 
지도부의 입장과는 달리 볼멘소리는 나왔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KBS 라디오에서 “의원총회에서 국민보고대회 논의가 있었으면 반대 의사, 우려를 표시했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다음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은 민주당 전체가 똘똘 뭉쳐서 또 방탄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는 장외투쟁에 대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라거나, ‘이 대표 방탄 프레임’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마저 지난 3일 YTN 라디오에서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당내에 장외투쟁에 대한 의구심이 적잖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 8일 국회 문턱을 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은 터져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의원총회를 연 뒤 이 장관 탄핵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결정하고 그날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탄핵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탄핵소추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속 의원 전원이 탄핵안 발의에 참여하기로 결론이 났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의총에서 이 장관 탄핵안 당론 발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의원들이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무산됐습니다. 당시 자유토론에서는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이나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나흘 뒤 열린 의총에서 박 원내대표는 “지난 의총 이후 전화, 문자, 모바일 등으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언급했죠. 이 장관 탄핵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못 박는 의도로 풀이되는 지점입니다. 이런 그의 설명은 바꿔 말하면, ‘의원들 총의’가 탄핵안 발의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소수 의견을 경청하는 일은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과정으로 꼽힙니다. 정당 안의 민주주의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은 정당”이라는 미국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의 주장대로,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당내의 다채로운 목소리가 당의 실질적인 행보로 이어지는 작업은 중요합니다. 의원 한 명 한 명은 단순한 개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입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민주당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실천에 옮겨진다면 말입니다. “당내에 한 번 의견이 정해지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해당’ 행위로 보이지 않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당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의 지적입니다. 민주당의 미래는 밖으로부터뿐 아니라, 안으로부터 결정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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