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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무죄, '정영학 녹취록' 증거효과 '미미'

검찰 "받아들이기 어려워 항소할 것"…사법부, 녹취록 신빙성 낮게 봐

2023-02-08 16:47

조회수 :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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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대장동 일당'이 정치·법조인들에게 50억원을 주거나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관련 첫 재판에서 사법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겁니다.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범죄증거로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핵심 증거로 보지 않은 겁니다.
 
공판 과정에서 녹취록의 상당 부분이 공개됐으나 이번 재판에서 '무죄'를 준데는 녹취록의 신빙성을 낮게 본 것입니다. 이에따라 향후 대장동 관련 재판에서도 녹취록은 증거 효과로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장동 일당에게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검찰 "녹취록, 범행 모의 증거"-김만배 "잘못된 언어습관·허언"
 
곽상도 전 의원은 대장동 사건 관련자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50억 클럽' 인물로 거론되면서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15년 3월경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후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아들 병채 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공제 후 25억원)을 수수한 혐의 입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정 회계사와 김만배씨의 대화 중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씨의 녹취록 대화에서도 '곽 전 의원 아들을 통해 50억을 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실제 김만배씨가 2020년 4월 정영학 회계사에게 "병채(곽 전 의원 아들) 아버지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2020년 10월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곽상도는 고문료로 안 되지", "아들한테 배당하는 식으로 주면 되잖아요"라고 대화를 나눈 부분도 있습니다.
 
관련해 곽상도 전 의원측은 김만배씨가 녹취록을 '과장됐다'고 했으며, '원본과 같지 않은 파일이 제출됐다'며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만배씨는 줄곧 '동업자들에게 비용을 더 받아내기 위한 허풍'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작년 말 결심공판에서도 "제 허언과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곽 전 의원이 구속되고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장동 일당에게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재판부, 녹취록 신빙성 낮게 봐…"검찰, 항소할 것"
 
재판부는 이날 김만배씨가 남욱과 정영학에게 곽병채를 통해 피고인 곽상도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해왔고, 정영학 등과 그 구체적 지급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대화를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남씨, 정 회계사와 대장동 사업 공통비 분담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자 곽 전 의원 등 이른바 '약속클럽'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50억원씩 줘야 한다는 말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곽 전 의원에게 줘야 할 50억원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문제를 연결 짓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에 관한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아들 퇴직금을 곽 전 의원이 받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따라 다른 재판에서도 녹취록의 증거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대장동 사건 관련 첫 사법부 판단이 '무죄'로 나오면서 향후 수사와 남은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검찰은 재판부의 무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객관적인 증거 등에 의해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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