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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상장 바이오기업 바겐세일 시작될까

팬데믹+전환사채 발행…자금난 가시화

2023-01-27 06:00

조회수 : 1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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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바이오기업 앞에 높다란 방지턱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자금 확보를 위해 단행했던 투자 유치가 자금난으로 돌아온 겁니다. 이런 상황은 유망 후보물질을 넘어 기업 자체를 인수할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코시국이 만든 바이오 열풍
 
바이오는 대표적인 미래산업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주목할 키워드는 '미래'입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지금 당장 충분한 돈이 없다는 얘기죠. 코로나19는 바이오업계의 미래를 보다 가까이 끌어오는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질병 자체가 기업 통장에 돈을 넣진 않습니다. 인류가 처음 마주하는 질병을 끝낼 수 있다는, 적어도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투자로 이어진 겁니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강했습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했던 2020~2021년 국내 바이오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 총액은 3조원이 넘습니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입니다. 기업은 자금 조달 고민을 덜고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기존 채권보다 높은 가치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때 발행된 대부분의 CB는 1~2년 내 현금으로 상환하게 설계됐는데, 연도별로 보면 2020년에는 1조2340억원, 2021년에는 1조9308억원입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CB 발행 규모가 1조원을 넘겼던 해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투자가 바이오를 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부메랑 된 팬데믹+전환사채…기업 곡소리
 
문제는 본격적인 CB 상환 기관이 올해 시작된다는 점, 그러는 사이 바이오 투자 심리가 차게 식어 자금 사정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빨간색 숫자로만 기록됐던 바이오기업 주가가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현금으로 돌려받기를 원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은 정석입니다. 자금을 조달할 때 계획했던 신약개발 등 주력 사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거죠.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해외 임상이 어려워진 데다 환율도 뛰어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겁니다.
 
결국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와 자금 압박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은 임상시험 중단을 선택했습니다. 파멥신(208340), 박셀바이오(323990) 등이 해당합니다. 파멥신은 재발성교모세포종 신약 글로벌 임상 2상을, 박셀바이오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한 바 있습니다.
 
인수합병 적기…후보물질은 반값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기에 CB 상환 일정까지 다가오니 기업들은 정부과제라도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남은 길은 M&A나 후보물질 이전입니다. 집안을 통째로 넘기거나 기둥 뿌리를 넘기거나 둘 중 하나인 셈입니다.
 
실제로 업계에선 유망 후보물질 가격이 예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예전이었으면 1000억원은 했을 후보물질이 있다고 치면 지금은 급매가로 절반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조만간 바이오기업 바겐세일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쌓였던 거품이 빠졌다고 볼 수도, 현금 유동성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상환 일정이 다가온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어쨌든 자금난에 빠진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려면 지금이 적기라 많은 기업들이 헐값에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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