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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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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꼭 그렇게 생색을 내야 했을까

2023-01-16 13:05

조회수 :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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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ICT 업계의 가장 큰 소식 중 하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의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입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로는 최대 규모였던 탓에 업계 안팎에서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차별화된 IP 밸류체인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 증명했다"고 자평하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번 투자 유치의 의미를 분석하고 향후 사업 방향을 전망하는 등 지극히 통상적인 보도가 이어지던 중 느닷없이 정부의 보도자료가 등장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무려 두 곳의 정부 부처에서 '숟가락'을 얹었습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간 한-사우디 정상회담에 따른 외교적 성과"라고 투자 유치의 공을 정부로 돌렸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대통령의 노고로 포장했지요. 
 
지난해 11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난 윤석열 대통령. 정부 측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 당시 정상회담의 성과로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카카오엔터의 투자 유치의 배경에 정부의 힘이 들어갔을 수는 있습니다. '신경 좀 써달라'는 대통령의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꼭 자랑하듯 알려야 했을까요? 이건 꼭 아이가 상을 타왔다고 으쓱대고 있는데, 엄마가 나타나 "내가 학교에서 힘 좀 썼다"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투자 유치를 축하하면서 "정부도 관련 업계가 세계 시장을 향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면 모양새가 더 좋지 않았을까요? 정부가 물심양면 제 역할을 다한다면 노고는 굳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소문이 날테니까요. 
 
길지 않은 기자 생활을 더듬어보더라도 이렇게 낯 부끄러운 '셀프 홍보'는 참으로 생경합니다. 과연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자랑이었는지 그 저의가 의심된다면, 제가 이상한 걸까요?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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