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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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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이범종의 미리 크리스마스)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요

2023-01-12 18:01

조회수 : 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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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벌써 보름 전입니다. 지난날을 왜 이야기하느냐고요? 크리스마스는 당일이 아니라 다음날부터 이어갈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산타를 기다리는 바로 그 귀한 마음 말이지요. 그래서 앞으로 뉴스북 공간을 통해 종종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꺼내려 합니다. 이름하여 '이범종의 미리 크리스마스' 되겠습니다.
 
독자 대부분은 어른일테니 묻겠습니다. 당신은 산타를 믿으세요? 벌써 코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보이는 것만 믿는 어른이시군요.
 
산타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이자 성장의 척도로 불립니다. 산타가 있다고 믿으면 어리고 이제는 없다고 깨달으면 자랐다고 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믿습니다. 지난 연말에 디즈니플러스로 본 영화 ‘노엘’ 이야기를 해 볼게요. 북극 마을 대대로 산타를 세습한 집안이 있습니다. 이 집안 가장은 반 년전에 세상을 떠났고 연말이 다가왔습니다. 장자 승계 원칙을 따라 산타 수업을 받는 장남은 썰매 끌기와 선물 나눠주는 일에 대한 부담 때문에 미국으로 가출합니다. 오빠를 찾아간 여동생 노엘은 탐정의 도움으로 오빠를 찾습니다.
 
영화 노엘 소개 화면. (사진=디즈니플러스 앱 화면 갈무리)
 
탐정은 자신이 북극에서 왔다는 노엘의 고백을 믿지 않아요. 그는 노엘의 유모에게 성숙한 어른의 태도로, 자신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고 말합니다.
 
노엘의 유모 폴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물어보죠, 탐정 양반. 사랑은 눈에 보이나요? 슬픔은 눈에 보이나? 행복은 어떻고요? 이런 것보다 더 현실적인 게 있을까요? 아들한테 느끼는 감정은요?”
 
믿음에 대한 세상의 태도는 다른 영화에서도 지적하지요.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아이 빌리브 인 산타’는 이혼한 여주인공이 반년 사귄 변호사 남자친구가 산타를 진심으로 믿는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헤어지기로 합니다.
 
이후 전 남자친구의 무슬림 친구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미안하지만 이 대사는 종이 공책에 적어놔서 자세히 적기는 어려워요. 요지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믿는지를 두고 나를 판단하더라’.
 
보이지 않는 신이라 해도, 믿음의 대상이 다르면 배척하는 어른들의 위선을 지적한 겁니다. 산타를 믿는다고 미성숙한 어른 취급 받는 변호사 친구와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 받고 멸시받은 자신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믿음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절대신을 믿는 종교는 아직도 굳건합니다. 사람들은 믿음을 해석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걸 다시 믿습니다.
 
제가 믿는 산타도 그렇습니다. 산타는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보여주는 이타심의 상징입니다. 자녀를 위해 선물을 골라 포장하는 부모의 마음,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적는 이들의 정성, 나의 가난을 떼어 다른 이웃의 한끼를 주는 연탄같은 마음씨. 저는 이 모든 실천을 의인화한 모습이 산타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산타는 실제로 있다고 믿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당일이 아니라 그 다음날부터가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며, 다가오는 설 이후에도 배려하고 양보하고 사랑하는 날이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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