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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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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내년엔 핼러윈 파티 할 수 있어?"

2022-10-31 17:21

조회수 :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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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년에는 핼러윈 파티 할 수 있지?"
 
갑작스레 일어난 이태원 압사 참사에 유치원 핼러윈 파티가 취소되자, 아이는 실망하며 내게 물었다. 
 
"아니 다시는 못할 것 같아. 사람이 죽었잖아. 150명이나."
 
꼬마2호는 '사람이 죽었다', '150명' 이라는 의미를 다 알아듣지 못하는 듯 보였으나,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무서운 이태원 거리 영상과 심각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알았다고 했다.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게 너뿐이겠니.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압사'로 백명이 넘는 사람이 스러져갔다는 사실을 머리로,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다. 6살 꼬마는 더더욱 그럴테다.
 
핼러윈 파티를 앞두고 스파이더맨 옷을 장만하고, 입고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꼬마 2호는 앞으로 핼러윈 코스튬 파티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상도 되지 않는 초유의 압사 사고에 꽃다운 청춘 150여명이 스러졌기 때문이다. 봄이 다가오는 4월, 이유 없이 우울하고, 마음이 슬픈 것은 세월호 때문이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문턱의 10월, 또 마음이 아려올 것인데…이런 상황에서 누가 핼러윈 파티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을까.
 
꼬마 2호의 유치원에서는 어제와 오늘 총 3번에 걸쳐 공지를 했다. 오늘 핼러윈 파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지는 31일 있을 핼러윈 파티에 코스튬을 입지 않고, 간단한 사탕 나누기 행사를 한다는 것. 두번째 공지는 호박바구니도 가져오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오늘(31일) 오전에는 모든 핼러윈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알려왔다. 꼬마 2호는 유치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왔을까. 이 상황을 1%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는 내용의 공지글.
 
한편 꼬마 1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오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공연장,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의 안전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밀집사고, 질식을 피하는 대처방법 : 팔짱을 끼는 것. 팔꿈치를 엇갈려 잡아서 팔짱을 껴 흉부에 대한 압박 저하시키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질식사', '압박사'를 대비할 만한 방법(웅크리기, 벽 타기, 팔짱끼기)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주지시켰다.
 
"얘들아, 혹시나 바닥에 깔리면 웅크려. 최대한 머리를 보호하고…"
 
이게 말인지, 뭔지. 내가 6살, 8살 땐 어떠했던가. 저런 거 하나도 몰랐는데…요즘 아이들은 나 때보다 유식하다고 좋아해야 할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신의 장난'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점검하는 일은 이제 어른 세대의 몫이 되었다. 왜 자꾸 이런 '인재'가 발생하는지, 인재를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우리는 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되묻곤 한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사회 안전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사회안전체계가 한두 줄로 부족하다면, 열 줄 스무 줄까지 엮고 또 엮어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게 해야한다. '피'와  '주검'을 보아야만 정교해지는 이 사회가 씁쓸하다.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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