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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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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세모이배월)부도 가능성 낮은 은행 채권이 6.2%

제주은행 조건부자본증권, 만기 없지만 5년후 상환가능성 높아

2022-10-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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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시중금리 상승으로 채권수익률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도는 하락 중이다. 최근 강원도가 레고랜드 ABCP 보증을 회피한 여파가 채권시장에 불어 분위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이에 채권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보다는 상환 가능성 등 안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사기업 채권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평소 금융당국이 BIS 비율, 바젤3 등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데다 금리 상승기 예대마진도 증가해 매분기 많은 이익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채권시장 분위기를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 은행 신종자본증권 시세도 하락 중이다. 이와 반대로 채권수익률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제주은행이 500억원 조달을 위해 발행한 ‘제주은행 제5회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은 표면금리 연 5.95%을 내걸었으나 상장 직후부터 채권가격이 하락, 지난주 9612원으로 마감했다. 이로 인해 채권수익률은 6.2%대로 상승했다. 
 
은행들이 정기예금 이율을 올리면서 은행의 채권수익률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제주은행은 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여기엔 시장 상황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만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이 채권은 따로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또한 신용등급이 다른 은행들보다 한두 단계 낮은 A+다. 사업과 매출이 주로 제주도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보다 낮게 평가된다. 만에 하나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 채권을 상각하는 조건이 달려 있는 것도 약점이다. 
 
이런 발행조건에 시장 경색까지 더해져 채권 발행 당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0.22대 1에 그치기도 했다. 남은 물량은 주관사인 메리츠증권, 교보증권, SK증권이 나눠서 인수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은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다. 먼저 다른 은행들보다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A+는 우량 등급에 속한다. 제주은행은 매년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자본총계는 시가총액의 2배 규모, 쌓아둔 현금도 많다. 혹시라도 재무에 문제가 생길 경우엔 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의 지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채권 만기가 없는 점은 다른 은행이 그러하듯 콜옵션으로 극복 가능하다. 제주은행 조건부자본증권은 발행 5년 후 2027년 9월16일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채권자는 어떤 경우에도 은행에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없으나, 은행은 그날로부터 중도상환이 가능하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적용해 추가 금리를 부가하는 스텝업 조항이 없다. 만기도 없으니 형식상으론 평생토록 은행이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주면서 상환을 미룰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을 중도상환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면 채권시장에서 신뢰를 잃어 그 후로는 제주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채권은 사실상 5년만기 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 예금에 비하면 5년이란 기간이 긴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기간이 길어서 생기는 다른 기회도 있다.  
 
제주은행 조건부자본증권의 수익률이 6.22%인 것은 채권 1좌(액면가 1만원)당 주어지는 연간 세전이자 595원을 현재 채권시세 9612원으로 나눈 값이다. 이것은 채권을 매수하는 순간 확정된다. 추가 매매로 평균 단가가 변하지 않는 한, 또 제주은행이 파산하지 않는다면 계속 이 수익률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금리에 따라 시세가 변하는 채권이라는 점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했다면, 금리가 다시 하락하는 경우엔 채권시세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즉 채권 이자 외에 채권 자체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채권가격이 상승할 경우 아무 때고 채권시장에서 매도한다면 굳이 5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반대로 채권가격이 더 하락하더라도 콜옵션 행사 때까지 기다리면 원금(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매수가와의 차액을 챙길 수 있다. 물론 그때까지 3개월마다 채권이자가 지급된다. 
 
따라서 제주은행 조건부자본증권은 연 6% 수익률에 추가 수익(매매차익)을 노를 수 있는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거라 예상한다면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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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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