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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영상)"이 XX들"마저도 '없던 일'로?…화살은 MBC로

'바이든'→날리면' 이어 욕설 자체도 부정…"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

2022-09-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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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미국 순방 도중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는 막말로 논란을 낳은 윤석열 대통령 엄호에 돌입했다. 일부에서 '이 XX들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이어 해당 발언을 최초로 보도한 MBC를 당 차원에서 타깃으로 삼기도 했다. 민주당은 "자기 죽을 꾀"라고 힐난했다. 
 
강성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초선들은 최근 일제히 윤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을 부정했다. 박수영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 대학에 의뢰해서 잡음을 최대한 없앴다"며 그 결과를 "국회에서 이 사람들이 아 승인 안 해주면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썼다. '바이든'은 물론 '이 XX들'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유상범 의원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배현진 의원은 "이 사람들이' 승인 안 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해석했다.   
 
욕설도 없었다는 세 사람 주장은 '이 XX들' 대목은 사실상 인정했던 대통령실 해명과 배치된다. 앞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해당 발언 16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으며,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 XX들' 대상도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의 거대 야당을 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확인도 거쳤다고 했다. 미 대통령이나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를 향해 한 말이라고 해도 '욕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에는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일절 없었다. 그러면서 "짜집기와 왜곡",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언론과 야당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해명은 주말 동안 온 국민을 반강제적으로 듣기평가에 몰입하게 했고, 사태 수습은커녕 일파만파 확산됐다. 자연스레 모든 시선은 26일 오전에 있을 윤 대통령의 출근길로 모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해당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말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유감 표명은 없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한 술 더 떠 해당 발언을 첫 보도한 MBC와 민주당 간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MBC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MBC 최초 보도처럼 미국을 지칭하는 단어였다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 철저한 확인이 필요한데, MBC는 이런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매우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반격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 회의에서 "온 국민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건만 사과는 끝내 없었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등 진실을 은폐하며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겹겹이 거짓말로 불신이라는 감당 못 할 빚을 국민께 안겼다"며 "정년 국민이 두렵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또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 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첨꾼들, 또 권력의 맹종파들이 문제"라며 "그렇게 억지 주장을 하면 윤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겠느냐"고 답답해했다. 그는 "앞으로 언동에 조심하면 될 일인데 자기 죽을 꾀 아닌가"라며 "오히려 판을 더 키우고 국제적으로 더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4선의 우상호 의원은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옆에서 들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표정을 언급하며 "완전 찌그러진 표정이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2일 오후 대구 수성 스퀘어에서 열린 제86회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솔직한 시인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며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을 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가 되면 나라가 망하고 윤석열 후보가 되면 나라가 혼란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작금의 나라 현실이 안타깝다"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유승민 전 의원도 "온 국민은 영상을 반복 재생하면서 '내 귀가 잘못됐나' 의심해야 했다"며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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