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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시론)대통령실 참모의 성공 조건

2022-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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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하는 <삼국지>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인물 10명만 고른다면, 제갈공명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왕도 아니고 장수도 아닌 일개 참모지만 장대한 파노라마를 이끌어나간다. 미국 역사상 60%가 넘는 높은 지지율 속에 퇴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8년동안 데이비드 엑설로드와 존 페브로라는 2명의 명참모 덕분에 온갖 위기를 넘겼다. 두 참모는 8년 내내 백악관을 지키며 오바마의 전략과 메시지를 도왔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는 누구인가? 이준석 파동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국정지지율이 여전히 30%대 초중반에서 맴돌고 있는 비상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 참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대통령의 오른팔, 왼팔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 등은 사실 '장수'(commander)이지 '참모'(staff)는 아니다. 이들은 선봉에 서는 사람들이지 책상머리에서 전략을 짜는 사람들은 아니다. 더구나 이들에 대한 여론이 따갑고 당내에서 2선 후퇴론까지 나오고 있어서 활동 자체도 어려운 처지다. 윤 대통령은 당장 국민의힘 내분과 당정관계, 여야 협치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을텐데 누구와 협의할까? 당연히 대통령실 참모들이겠지만, 김대기 비서실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 한계가 있고, 정무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진복 정무수석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존재감이 적어서 한때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8·17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계기로 대통령실에 투입된 김은혜 홍보수석의 활약여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요즘 대통령실 참모들은 죽을 맛일 것이다. 당장 도어스테핑을 비롯해서 대표 정책 개발, 영부인 리스크, 공공기관 인사, 민주당의 강력한 이재명 대표체제 등장 등등.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은 28일 윤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이러니까 당도 대통령도 나라도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면서 “의인 10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가 망했다"고 비판했다. 이쯤되면 최악의 발언인데, '윤심'은 마냥 침묵만 지킬 것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중에 조국사태를 비롯해 고비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키곤 했다. 윤 대통령은 침묵하더라도 전략적 사고는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최근 '피바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도 높게 자체 감사를 벌이면서 정무-홍보라인과 시민사회수석실을 개편하고 있다. 문제는 개편의 양이 아니라 개편의 질이다. 필자는 저서 <참모론>에서 프로 참모와 아마추어 참모의 차이는 A4 용지 1장 보고서에서 판가름난다고 했다. 보고서 한 장에 진단-문제점-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는 종합 능력을 갖춘 프로 참모들이 대통령실 곳곳에 포진해야 한다.
 
또하나 중요한 프로 참모의 조건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정치심리학적 마인드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28일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오는 2027년까지 완공하겠다는 중요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또한 조경태, 윤상현, 김태호, 하태경 의원같은 당 중진들이 일제히 윤핵관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은 옳고그름을 따지기보다 여권 내부 분열로 치부해버린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민심을 얻으려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들이 듣고싶은 말을 해야 한다. 그게 '공감 소통'이다. 요즘같은 감성시대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정책보다 더 중요하고 지지율을 오르내리게 만든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시대변화를 읽지 못하고 낡은 정치공학적 사고에 갇혀있다면, 시행착오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항상 국민적 관점 즉, 정치심리학적 관점에서 대통령의 일정과 이미지 메이킹, PI(President Idendity) 전략을 수립하고 화법, 메시지 하나하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끝으로 대통령실에는 반드시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 통상 비서실장이다. 그 중심축을 에워싸듯 정책-정무-홍보의 트로이카시스템이 긴밀하게 작동돼야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순조롭게 돌아간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통령실은 사적 인연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비서실’이 아니라 공적 인연을 중시하는 '국정의 콘트롤타워'여야 한다. 실제로 국정을 콘트롤한다는 게 아니라 그럴만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 2차 개편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받을 경우, 국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개편하기 바란다. 요즘 시대에 제갈공명같은 탁월한 지략가는 아니더라도 오바마의 두 참모와 같은 일급 '브레인'(brain)은 꼭 필요하다. 지금 윤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현안마다 대중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서 국민들의 마음에 와닿는 말과 행동과 정책을 펴도록 도와주는 '프로 참모진'이라고 생각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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