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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손 들면 지목"…거듭된 논란에 도어스테핑 질문마저 봉쇄?

대통령은 의지 보였음에도 자의적으로 질문권 부여…기자들 분통 "입맛에 맞게 선택"

2022-08-23 13:54

조회수 : 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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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질문은 손을 드시면 제가 지목을 하겠다."
 
매일 출근길 진행되던 윤석열 대통령의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생소한 풍경이 연출됐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오전 윤 대통령의 약식회견 질문 대상자를 임의로 지목했다. 기존에 해왔던 자유로운 질문이 막히게 되자,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럴 거면 도어스테핑을 왜 하느냐", "대통령의 뜻과 다르다"는 원성도 터져 나왔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하는 매체나, 비판성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질문은 원천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출입기자들과의 사전 논의조차 없는 일방적 변경이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기 전 "너무 혼란스럽지 않게 손 들어서 질문하시고 제가 지목해 드릴게요"라고 기자단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강 대변인은 "제가 그냥 이렇게 (지목)하겠다. 왜냐하면 막 이렇게 확 (질문이)튀어나오니까 좀 헷갈리고 좀 앞에 질문들이 안 잡히더라"며 "그래서 (윤 대통령이)잘 못 들으시더라"는 이유를 댔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겠다는 건가'라는 한 기자의 물음에 강 대변인은 "그렇게 정리를 좀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강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모두발언 먼저 하시고 질문은 손을 드시면 제가 지목을 하겠다"고 재차 고지했다.
 
이윽고 윤 대통령이 오전 8시52분쯤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사전에 질문구조 변경을 인지했다는 듯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되는 수원 세모녀의 비극적 사건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을 넘으며 1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대비책 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마치자, 강 대변인은 "질문 받겠다"며 한 기자를 지목했고, 공석인 교육부 및 복지부 장관 인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에 답한 뒤 곧장 집무실로 이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동안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두세 개 정도 자연스럽게 받는 구조였다. 기자들은 정해진 수순이나 사전 협의 없이 자유롭게 질문을 건넸고, 윤 대통령이 곤란할 민감한 질문도 이어졌다. 질문에 따라 윤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도 내비쳤다. 거듭된 인사 실패 논란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들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는 말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 특유의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표현되면서 각종 설화를 낳자, 급기야 여당 내에서도 '자제' 촉구가 이어졌지만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새정부의 상징처럼 여기며 고집했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지속 여부 질문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계속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에 저를 좀 걱정하는 분들이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국민들께 제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받는 그런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게 있어도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이해하시고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유민주주의고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면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국민께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으로부터 날 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지론도 드러냈다. 
 
다만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간 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보였던 한겨레, 경향 등 이른바 진보적 매체 소속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지 못했다. 당시 사회를 봤던 강 대변인이 질문할 기자를 자의적으로 지목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이로 인해 '내부총질' 문자를 비롯해 김건희 여사 등 껄끄러운 질문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강 대변인은 균형이라도 맞추려는 듯 보수 성향의 조선, 중앙, 동아 기자들에게도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아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자유로운 질문이 허락됐던 도어스테핑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처럼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한 기자는 "사전에 기자단과의 합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인 조치"라며 "대통령실이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고, 또 다른 기자는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선별해 질문권을 주는 모습에서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출입기자 역시 "강 대변인이 아침마다 무슨 질문을 할 거냐고 기자들한테 묻고 다니더니, 아예 셀프로 질문 기회조차 좌지우지했다"며 "사전 검열이냐"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도어스테핑)원칙을 바꾸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보자는 분들이 있어서 한 번 해본 것"이라며 "자리도 바꾸고 이것저것 해보는 다양한 시도"라고 해명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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