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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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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지방선거 이후…권력투쟁·당권투쟁·정계개편까지

국민의힘, 권력투쟁 본격화 전망…'국무조정실장' 인선 갈등은 전초전

2022-05-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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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6·1 지방선거 승패는 사실상 국민의힘으로 기운 분위기다. 경기도지사와 강원도지사, 충남지사, 대전시장 등 접전지가 있으나 국민의힘 열세 지역은 없다. 서울과 인천을 비롯해 영남은 국민의힘이 승기를 잡았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생환 여부가 관건 정도로 남았다.
 
이런 탓에 정치권의 눈은 '선거 이후'를 향하고 있다. 예상대로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과 함께 당권투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역시 이겼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상황이다. 여권 내 권력투쟁이라는 험난한 수순을 예고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여소야대 전환을 위한 정계개편 시도도 뒤따를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인천의 윤형선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 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 회의 직후 "문재인정부의 망가진 경제정책 주역이었던 분이 새정부에서 또 일하겠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을 거듭 비판했다. 전날 "(윤 행장 내정은)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후 이틀째 비토다. 그는 이런 뜻을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전한 걸로 알려졌다.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가운데)가 인천시 계양구 윤형선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권 원내대표의 제동에 한덕수 총리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 총리는 윤 행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추천한 장본인이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경제보좌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한 윤 행장을 눈여겨보고 이번에 자신과 호흡을 맞출 국무조정실장으로 천거했다. 한 총리는 '윤종원 부적격론'에 관해서 "최종적으로 인사권자가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윤 행장은 훌륭한 경험을 가졌다"고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어 보인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자리로, 인선에 한 총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에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한 총리의 판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해당 사안을 놓고 권 원내대표가 이틀째 반발하고, 한 총리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내비친 것을 두고 '불협화음' 수준을 넘어 여권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됐다는 배경 분석이 뒤따랐다. 
 
역대 정부를 봐도 정권 출범 초기마다 여권 내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이명박정부에선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정두언 의원 사이에 생존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전개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와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 정윤회씨 사이에 비선실세 논란이 빚어졌다. 문재인정부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권력투쟁 양상이 전개,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권력투쟁의 조짐이 엿보인다. '윤핵관'의 윤핵관이던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정국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밀렸다는 게 여권 내 중론이다. 원내대표 첫 성과였던 여야 합의가 한 장관의 반대 한 마디에 뒤집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반발에도 한 장관을 법무부 장관에 파격 기용한 것도 모자라 민정수석실 기능까지 한 장관에게 맡기며 그에 대한 절대신임을 드러냈다.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으로 원내 재진입이 유력한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얽히면서 분란이 거세질 수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시나리오가 당내 오갈 정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체제 해산과 함께 박홍근 원내대표 중심으로 8월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당권 주자로는 이재명 위원장을 비롯해 우원식·전해철·홍영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인영 의원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의원 등 쇄신파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이는 친명, 친문, 비문, 쇄신파 등 치열한 계파싸움을 의미한다. 특히 20대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재명 위원장과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보여준 극한 충돌 등을 감안하면 당권투쟁은 혈전을 방불케 할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계양역 광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상가상으로 최근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86 퇴장을 제기하자 당은 극심한 내분에 빠졌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건 박 위원장 발언보다, 배경이다. 정치신인으로 20대 중반에 불과한 박 위원장이 스스로 당의 주축이자 정치 대선배인 86그룹 용퇴를 주장할 리 만무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간 당내 86 용퇴론이 매번 실패했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위원장은 대선 선대위를 꾸릴 당시 중도층 확장을 위해 86 용퇴론을 꺼내려고 했으나 당내 반발로 시도조차 못한 채 무산된 바 있다. 대선 과정에선 송영길 당시 대표가 정치개혁을 내걸고 자신을 포함한 86 용퇴론을 주장했고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으나 86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찻잔 속 태풍으로만 그친 바 있다. 공교롭게도 86그룹은 친문의 주축이다. 
 
이와 함께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가동될 전망이다. 정계개편을 기획하는 인물로는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목된다. 정치권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비문계 등을 접촉하면서 정계개편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노웅래 민주연구원장까지 만났다는 말이 나온다"며 "김 위원장이 이른바 '창당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전후해 극심한 내분을 겪을 때 여야의 일부 세력을 규합하려는 생각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움직이는 건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이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여소야대 타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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