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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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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문재인, 5년 전 약속대로 노무현 찾았다…시민들 "고생했습니다" 환영(종합)

봉하마을에 등장하자, 수많은 시민들 환호…문 전 대통령 "감사합니다" 화답

2022-05-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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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해=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고생했습니다.", "사랑합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자리한 시민들은 5년 만에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을 박수와 함께 응원의 목소리로 맞이했다. 문 전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악수를 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 참석차 봉하를 찾았다. 2017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에 마련된 사저로 내려간 문 전 대통령은 약속대로 노 전 대통령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퇴임 이후 첫 외부 공식일정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 시작되는 오후 2시보다 4시간 이른 오전 10시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도착 후에는 곧바로 8월말 정식 개관 예정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삶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시민문화의 성장을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머물고 있는 봉하마을 자택에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비공개로 오찬 회동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이재명 위원장을 비롯해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들이 총출동했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함께했다. 노무현재단의 정세균 이사장과 유시민 전 이사장은 물론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한명숙·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도 자리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정의당에서는 이은주 원내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가, 정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봉하마을에는 아침 일찍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재계 인사와 노무현재단 관계자, 관람객 등 1만2000여명(노무현재단 추산)이 참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조치로 일반인 참석이 제한됐던 2020년, 2021년과 달리 누구나 참석할 수 있게 되면서 수많은 인파가 이번 추도식에 몰렸다.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과 모자, 바람개비 등이 봉하마을을 물들이며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도 어우러지며 5년 만에 문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을 환영했다.
 
6·1 지방선거를 불과 9일 앞두고 열린 대형 행사인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대선 패배 후 기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럴수록 더 각성해서 민주당을 키워나갈 힘을 모아주시라"고 호소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은 정세균 전 총리도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원칙과 상식을 기반으로 정의로운 나라, 시민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메지시를 내놓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미묘한 시점에 자신의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이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 방문 당시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글을 쓴 게 봉하에서 그의 생각을 담은 유일한 메시지였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뚜렷한 외부 일정 없이 서재를 정리하며 밭을 일구고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그의 희망대로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등 범야권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지지층 결집이 안 돼 있다는 게 여론조사에 많이 나타났는데 이번 추도식이 이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깨어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상기되면서 지방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분위기 조성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도 일정을 마친 뒤 돌아가는 길에 "투표하면 이긴다"며 지방선거 승리 의지를 다졌다.
 
김해=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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