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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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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재명의 '길'

2022-05-10 11:28

조회수 : 7,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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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지 정확히 두 달이 흘렀다. 이 기간 민주당은 안으로는 당권투쟁, 밖으로는 검수완박에 매달렸다. 97년 15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도 그 흔한 반성이나 쇄신의 흔적조차 없었다. 오히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스스로를 자위하기 바빴다. 
 
제대로 된 반성이 없으니 다음이야 뻔했다. 윤호중 비대위 진퇴를 놓고 옥신각신하더니, 뜬금없이 송영길 폭탄을 맞았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직 당대표가 불과 한 달도 안 돼 서울을 탈환하겠다고 나섰다. 86그룹 퇴진을 외쳤던 86그룹의 맏형이,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인천을 버리고 서울로 나서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인물난'이었다. 당으로서는 못마땅해도 경선에 붙이면 될 일이었다. 굳이 '배제'를 선언했다가 박영선마저 거절하자 다시 송영길로 돌아갔다. 그렇게 서울은 패배주의에 갇혔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민주당을 보며 국민은 한숨을 쏟아냈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본지 '3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행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국민 절반이 넘는 57.7%가 "잘못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5.2%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 기반인 40대와 호남, 진보층에서도 민주당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례적으로 높았다. 엇비슷하던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 우위로 넘어갔다. 
 
급기야 이재명마저 돌아왔다. 8월 전당대회 도전이 유력했으나, 지방선거 분위기가 어려워지자 전면에 나서서 당을 구하겠다는 게 그의 출마 명분이었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를 '도망정치'라 조롱했다. 건국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자부했던 대장동이 있는 분당갑을 버젓이 두고, 연고도 없는 계양을로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아냥이었다. 분당은 국민의힘 내에서 천당과 동격으로, 경기의 강남에 비유된다. 이재명은 지난 대선에서 분당에서 지고 계양에서 이겼다. 명분 싸움에서 뒤지더라도 살 길을 택한 것이다. 
 
이재명은 출마 선언에서 17곳의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과반인 9곳 이상의 승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여야는 국민의힘이 6곳(서울·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민주당이 4곳(광주·전남·전북·제주)에서 우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7곳(경기·인천·대전·충남·충북·세종·강원)에서 승부가 갈리는데, 현 흐름대로라면 충청은 세종을 제외하고 국민의힘이 싹쓸이할 공산이 크다. 강원은 이미 이광재 대 김진태 인물 대결로 치달았다. 때문에 이재명이 실제 전력을 쏟아야 할 곳은 경기와 인천이다. 이 두 곳마저 국민의힘에 내줄 경우 나홀로 생환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이 경우 민주당은 '송영길 사태'에서 봤듯 잠재돼 있던 계파갈등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8월 전당대회가 눈 앞에 있다. 
 
이재명도 이처럼 불리한 지형을 모를 리 없다. 그의 말처럼 결단이 맞다. 다만, 기왕 독배를 마시기로 했다면 명분을 택해야 했다. 집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불리한 선거를 외면하고 안전한 남의 동네로 피신하는 것은 골목대장이나 할 짓이다. 살아서 돌아온들 당이 다시 호남에 고립되면 앞으로의 총선도 보나마나다. 반대로 분당에서의 기적 같은 반전은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승리의 담보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사 져도 아무도 그를 탓하지 못한다. 오히려 진정한 선당후사의 큰 정치를 보여줬기에 훗날 기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게 장수가 택해야 할 '길'이다. 대중은 그 길에서 그 사람의 '가치'를 본다. 노무현은 그 길을 갔다. 그리고 감동을 줬다.  
 
"복잡하면 큰 길로 가라고 했다." 
 
이재명이 이번 계양을에 출마하며 던진 말이다. 나는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길'을 보지 못한다. 덧붙이자면, 인수위가 뒤집은 손실보상에 대한 원상복구 촉구 한 마디조차 없었다는 점도 심히 유감이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가의 강제적 방역조치에 협조하느라 파산 상태에 이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을 약속했다. 인수위는 이를 보란 듯 뒤집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이어 인사청문 그리고 지방선거에만 매달려 있다. 결국 또 다시 정치는 희망이란 이름으로 힘 없는 이들에게 빈 말을 던졌을 뿐이다. 그리고는 다시 표를 구걸한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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