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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차기태의 경제편편)사회 안정 위한 소상공인 채무 재조정

2022-05-04 06:00

조회수 : 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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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 없어진 데 이어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도 없어졌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전염병 사태도 터널 끝이 보이는 듯하다. 물론 아직 조심해야 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살아있다. 그렇지만 모임이나 여행 등 감미로운 삶을 즐기는 데 장애가 되는 제약은 대부분 풀렸다.
 
20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 알베르토 카뮈의 작품 <페스트>는 페스트 전염병과의 사투를 그린 명작이다. 작품 속에서 치명적 질병을 퇴치한 후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함께 춤을 춘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한국에 침입한 이후 그런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갈망해 왔던가!
 
그러나 축제를 느끼기에는 아직 상처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영업을 제대로 못 해 고생해온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아픔과 상처가 가장 깊다.
 
코로나19 피해로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유예가 적용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1월 말 133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4차례 만기 연장됐고, 그 기한이 오는 9월 끝난다.
 
특히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기업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상당히 많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27만여명으로, 개인사업자 차주 가운데 10%에 육박한다. 다중채무자 수효는 2019년 말 12만8000여명의 2.1배로 불어났다.
 
이들의 부채는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지만, 그동안 상환유예 덕분에 감춰져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그 부실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부실화를 막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소상공인의 삶과 사업이 나락에 빠진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들도 부실의 늪에 빠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요즘 대출금리마저 뜀박질하니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의 연착륙 여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국제유가의 상승 등 외생 변수보다 더 어려운 문제이다.
 
이에 따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비상 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10월까지 소상공인의 부실 채무를 조정하고 비은행권 대출 부담을 완화해줄 계획이다. 소상공인이 카드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받은 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해 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대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가장 좋은 것은 9월 만기가 오기 전에 소상공인들이 자립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은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배드뱅크' 개념을 적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안 위원장은 밝혔다.
 
배드뱅크는 금융사가 보유한 소상공인 채권 중 부실채권을 사들여 관리하는 전문 기관이다. 양도받은 부실채권으로 소상공인의 상황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 재기를 돕는다. 배드뱅크 설립자금은 정부가 재정자금을 일부 출연하고, 은행 등 금융사들이 조금씩 분담하면 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동안 금융사들은 유례없이 큰 이익을 누렸으므로 조금씩 출자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계획에 대해 흔히 뒤따르는 것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다. 제2금융권 대출을 은행 대출로 대환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점쳐진다.
 
형식 논리로 따지면 이런 우려는 정당하고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망가진 소상공인들이 도덕적 해이로 챙길 수 있는 이득이 커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과거 재벌이나 대형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약간의 도덕적 해이가 있더라도 그들이 떳떳한 사업자로서 재기하는 것이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 유익하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안정을 위한 약간의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사소한 형식 논리에 마음을 빼앗길 때는 아니다. 소상공인의 부실 문제를 매끄럽게 게 해결하는 것이 지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더 좋은 것은 좋은 경제 정책을 통해 소상공인이 회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채무 재조정의 필요성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소상공인은 국가 경제의 기본 토대이다. 그 토대가 튼튼해야 경제는 안정된 가운데 오래도록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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