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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코첼라 온·오프라인 실험…국내 업계도 관심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대면…빌리 아일리시 기괴미 눈길

2022-04-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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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백색 공간과 보랏빛 염색머리, 눈에서 시종 흐르다가 얼굴 전체로 번져가는 핏물….
 
그는 데뷔 앨범('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수록곡 'When the Party's Over' 뮤직비디오를 굴곡진 길고 큰 LED 화면에 쏘아 올렸다.
 
공포극, 몽유병을 연상시키는 이 영상 뒤로 밤 안개 같은 음성을 쏟아내자,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10여만 관중들이 일순간 숨을 멈췄다.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기, 이 음악적 디스토피아는 역설이다. 그러나, 끝내 해괴하게 변한 그 얼굴과 한줌의 감정적 잔해들을 보니, 어쩐지 정화가 됐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2(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 두번째날 간판 출연진으로 나선 빌리 아일리시. 사진=코첼라 유튜브 캡처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2(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 메인스테이지 두 번째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로 오른 빌리 아일리시의 무대는 공연이 어디까지 기괴해질 수 있는지, 그 미학을 보여준 실험이었다.
 
지난 2020년 39년 만에 그래미 본상 네 개의 주요 부문(신인, 이 해의 레코드, 이 해의 곡, 이 해의 앨범)을 독식하며 세계 팝 음악계에 균열을 일으킨 그다. 
 
이날 아일리시가 체구의 3배쯤 되는 옷을 입고 등장하자, 곳곳에선 카메라 플래시 세례들이 터졌다. 시작부터 빨간색 조명 아래 이모랩(emo rap·내면의 어두움을 담아 흘리듯이 발음하는 랩)은 무대 정경을 아예 그로테스크한 영화 장면으로 바꿔놨다. 
 
세계적인 록밴드 블러와 고릴라즈의 데이먼 알반과 깜짝 무대('Getting Older', 'Feel Good Inc')에 이은 'Bad guy'와 'Happier Than Ever' 순서 땐, 어둡고 축축한 그의 선율이 왜 세계를 관통하는 코드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납득하게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2(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 사진=AP·뉴시스
 
1999년부터 시작한 코첼라는 매년 20만~30만명의 관객이 참가한다. 대중적 인기를 넘어 음악성을 갖춘 아티스트를 선별해 초청하기 때문에 수많은 뮤지션이 열망하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음악 뿐 아니라 패션·라이프스타일 면에서 개성이 강한 음악가들을 까다롭게 선별해 초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데믹 이후 대면으로 처음 열린 올해 코첼라는 온라인 실시간 생중계(유튜브)를 병행하는 실험에 나섰다. 그간 직접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던 무대들을 무료로 볼 수 있어, 국내에도 '코첼라 앓이' 열풍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한국 가수들의 참여도 두드러져 현지의 K팝 열기를 체감케 했다. 
 
첫날인 15일에는 한국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올해 발표한 '로사리오' 등 12곡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둘째날에는 그룹 투애니원이 6년 4개월 만에 깜짝 재결성 무대를 열었다. 이번 무대는 씨엘의 제안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씨엘이 미국 레이블 '88라이징'으로부터 코첼라에 공식 초청을 받았고 나머지 멤버에게 연락해 2NE1 재결합을 이끈 것이다. 그룹의 코첼라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2(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에서 깜짝 무대를 가진 투애니원. 사진=코첼라 공식 유튜브 캡처
 
'88라이징' 기획 무대에는 윤미래와 비비(BIBI)를 비롯해, 갓세븐(GOT7) 출신 잭슨 왕(Jackson Wang) 등도 올랐다. 그간 한국에서는 밴드 잠비나이와 혁오, 걸그룹 블랙핑크 등도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그간 산발적으로 무대에 오르던 한국 음악가들의 코첼라 입성이 이제는 아예 본격적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2(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에서 열린 마지막 날 미국 팝스타 도자 캣 무대. 사진=AP·뉴시스
 
아일리시 외에 올해 음악성과 화제성을 두루 갖춘 음악가들이 빼곡하게 무대를 채웠다. 첫째날 헤드라이너로 메인스테이지에 오른 영국 그룹 원디렉션 출신 해리 스타일스는 완성형 싱어송라이터로 이행하는 아이돌 출신의 전형을 보여줬다. 직접 기타를 연주하거나, 밴드 구성의 세트 무대들을 펼친 무대들이 특기할만 했다. 최근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로 핫샷 데뷔한 새 싱글 '애스 잇 워스(As It Was)' 등 한시간 여 무대로 현장과 온라인을 달궜다.
 
그래미어워즈 후보에 이제 막 오르거나 수상한 음악가들 가운데에서는 피비 브리저스, 메간 스탤리언, 메기 로저스에 서브 헤드라이너급 무게를 줬다. 각각 얼터너티브 록과 랩, 포크 팝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션들이다.
 
마지막 날에는 미국 팝스타 도자 캣 무대에 이어 지난 2018년 5년만에 재결성한 스웨덴 일렉트로닉 댄스 그룹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HM)'와 캐나다 R&B 수퍼스타 더 위켄드(the Weeknd)의 합동 무대가 이어졌다.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와 더 위켄드는 올해 초 더 위켄드의 정규 5집 '던 에프엠(Dawn FM)'에서 협업한 바 있다.
 
코첼라는 15~17일(현지시간)과 같은 라인업 무대들이 22~24일(현지시간) 또 예정돼 있다. 4세대 K팝 간판 걸그룹 에스파도 23일(현지시간) 코첼라 메인 무대에 깜짝 출연할 예정이다. 2019년 블랙핑크와 지난주 투애니원 무대에 이어 분위기를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국내 음악 업계에서도 이번 코첼라 온라인 무대를 음악 페스티벌 전초전으로 보는 분위기다.
 
서울재즈페스타(26일~5월1일 서울 노들섬 복합문화공간)를 시작으로 뷰티풀 민트 라이프(5월 14~1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서울 재즈 페스티벌(5월 27~29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워터밤 뮤직 페스티벌(6월 24~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송크란뮤직페스티벌(7월 9~10일 과천 서울랜드) 등이 잡혀있다.
 
업계 관계자는 "3년 만에 음악 페스티벌 재개가 가능해지면서 해외 라인업을 확보하는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한편으로는 한 시즌에 지나치게 몰리는 과열 사태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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