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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대선판 뒤덮는 고소고발장…"정치의 사법화 우려"

이재명·윤석열 후보 측 '상대 겨냥 고발' 봇물

2022-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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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간 고소·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권이나 그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상대를 겨냥한 고발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정치의 사법화', '수사 권력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수사로 넘겨 정치 발전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수사기관을 상대방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거나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배모씨, 도청의무실 관리의사 등 3명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의료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고 등 손실 내지 업무상 배임 혐의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의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모 씨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의료법위반죄 등 고발장 제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지난 3일에도 대검찰청에 김씨와 배씨를 포함한 5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대검은 해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보냈고 수원지검은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은 공수처에도 이 후보와 김씨를 같은 내용으로 고발했다.
 
이 후보와 관련해 검찰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경찰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와 국민의힘 관계자 7명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지난달에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무속인의 조언을 받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윤 후보와 관련해 고발 사주, 판사 사찰,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 행동과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기행동연대 등도 각각 윤 후보와 이 후보와 관련해 고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선거 때면 상대측에 대한 고소·고발이 봇물 터지듯 하지만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거나 선거 전에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차장검사를 지낸 변호사는 "대선 시기에 나온 사건 중 'BBK 의혹' 건 말고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한 게 기억나지 않는데 이 건(BBK 의혹)은 당시 선거 상황이 워낙 특수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은 심각한 혐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수사 의지를 떠나 수사와 그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거가 끝날 때까지 검찰 등 수사기관이 움직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분별한 고발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경찰, 공수처를 떠나 수사기관을 앞세워 정치를 하려는 게 문제"라며 "모든 문제를 고소·고발로 풀려고 하면서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고소·고발의 후유증은 '정치의 사법화' 뿐만 아니라 '사법의 정치화'를 낳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선 후보에 대한 고소·고발건이 기소돼 재판이 열릴 경우 당선자에 대한 사건은 아무래도 사법부가 당사자 본인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지금의 대선판처럼 진영이 극명히 갈린 경우에는 사법부가 어떠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승복 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공격으로 후유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치의 사법화와 수사 권력의 정치화는 물론이고 불필요한 수사 자원 낭비 등의 문제가 있지만 고소·고발을 법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
 
앞의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시스템상 후보자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나 수사를 막을 수는 없지만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줄어들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악의적이거나 허위 공작에 가까운 경우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에 무고죄 특별규정을 만드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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