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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토마토 생활법률)중대재해처벌법 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22-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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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제2의 김용균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일인 2022년 1월27일을 얼마 앞두지 않은 2022년 1월11일 광주 화정의 신축아파트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부적정한 공사 진행으로 인한 사고로 원인에 관한 결론이 수렴되고 있는 가운데, 2022년 1월19일 전남 영암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제2조 제1호), 중대산업재해를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결과를 야기한 재해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호). 이와 같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제4조, 제9조),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을 처벌하고(제6조, 제10조), 법인에 관하여도 처벌할 수 있도록(제7조, 제11조) 규정하고 있다. 형사적 책임에 덧붙여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6조).
 
여기서 어려운 부분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가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져야 하는가이다. 사업주의 주의의무만으로 사고가 예방될 수 있는 것인가? 건설 현장의 경우, 직접 발주를 받은 원청, 원청으로 하도급을 받은 하청, 하청으로 다시 하도급을 받은 재하청 등 층층의 구조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무제한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산업계의 위축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건설 현장에서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시간인데, 사실상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체상금(정해진 기한을 도과한 경우 지급해야 하는 지연손해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는 강우, 폭염, 강설, 혹한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감리가 실제로 충분한 대가를 받으면서 충실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건설근로자들 중 소위 조선족, 고려인과 같이 내국인이 아닌 경우가 많아 안전교육 및 안전장비 지급이 이루어졌더라도 근로자의 과실에 의하여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및 강한 처벌 수위 등을 규정하였더라도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실제 법이 적용되는 현장에서 무리한 공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과 관련된 도급·하도급 계약, 근로계약에서도 사고 예방과 관련된 부분에 관한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사고 예방은 발주자, 감리자, 시공자, 근로자 등 모든 참여자들의 관심과 배려에서 이루어진다. 25년이 지난 현재에서 '제2의 삼풍 붕괴', '제2의 성수대교 사고'를 우려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박창신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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