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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문 정부 부동산 5년)②임대차법, 전세난민 만들었다

세입자 보호 위한 제도, 임차 수요 외려 월세시장 몰아

2021-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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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불이 난 건 매매시장만이 아니다. 전월세 같은 임대차 시장에서도 가격이 들끓었다.
 
가격 상승을 야기한 주범은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인 임대차법이다. 매수 시점을 미룰 수 있는 매매시장과 다르게,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임대차 시장은 수요가 늘 존재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임대차법 시행은 수요를 받칠 만한 공급을 막았다. 수급 불균형은 가격 변동의 주요한 원인이다.
 
30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6억6613만원이다. 올해 1월에는 5억8827만원이었다. 1년간 13%에 해당하는 7786만원 뛰었다.
 
연간 상승률로는 현 정부 임기 중 올해가 두번째로 높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법이 시행된 해인 지난해에는 12월 평균 전셋값이 5억7581만원이었다. 1월보다 20.4% 뛰었다. 액수로는 9785만원 상승했다. 1억원에 가깝다. 
 
반면 임대차3법이 없었던 2017년~2019년에는 연도별 상승률이 5%도 되지 않았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4.5%, 4%였고 2019년은 1.5%에 그쳤다. 
 
이는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 아파트의 올해 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17.4%에 육박했다. 이 기간 인천은 26%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오르는 데 더해 전세가격도 널뛰면서, 경기와 인천으로 수요가 빠졌다. 
 
경기와 인천 역시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와 올해의 상승률이 전보다 높았다. 2017년에는 경기가 1.5%, 인천 2.7% 올랐고 2018년에는 경기 -0.6%, 인천 -0.3%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2019년에도 하락세가 계속됐는데 지난해에는 상승전환했다. 경기 상승률은 24.5%를 찍었고 인천은 10.2% 올랐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인 수도권이 오르자, 지방도 이를 따르는 양상이 나타났다. 대전·대구·광주·울산·부산 등 5대 광역시 아파트의 올해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13.8%로 조사됐다. 역시 2017년~2019년까지는 0~1%대의 변동률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12.2% 뛰는 등 오름세가 급격히 커졌다. 이외 기타 도 단위 지방은 올해 15.8% 상승했다.
 
서울시 내 빌라 모습. 사진/뉴시스
 
아파트 외 빌라는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강했다. 올해 서울 연립주택의 평균 전세가격 변동률은 7.5%였다. △2017년 3.5% △2018년 4.1% △2019년 1.3%였는데 지난해 9.4%로 뛴 후 올해도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독다가구주택은 3.9% 상승했다.
 
경기도의 경우 연립주택 전셋값은 7.3%, 단독다가구 유형은 3.9% 올랐다. 경기도 빌라도 지난해부터 전셋값 변동률이 확대됐다.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법을 도입한 취지는 세입자 보호다. 전월세 상한제로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고 계약갱신청구권으로 한 곳에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있도록 보장해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장과 전문가의 우려를 무시한 입법은 역효과를 낳았다. 세입자 의사만으로도 재계약이 가능해지면서 전세 공급이 확 줄었다. 
 
부동산빅데이터기업 아실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30일 서울 아파트의 전세매물은 3만8873개였다. 그러나 임대차법 시행 이후 차츰 물량이 줄면서 한달 만인 8월31일에는 1만4260개로 2만개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때 8000대까지 매물이 적어졌다. 올해에는 이달 29일 기준 3만1827개까지 늘었지만, 임대차법 시행 전의 수준까지는 증가하지 않는 상황이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뛰자 월세화 현상이 짙어졌다. 전세시장에 새로 진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임차 수요자들이 월 임대료를 내고 보증금을 낮추는 방식의 거래로 발을 돌린 것이다. 
 
이에 월세가격 추이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월간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2% 올랐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는 월별 상승률이 0.1%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7월 0.11% 뛴 뒤, 변동률이 0.1% 이하로 내린 적이 없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이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신규계약 때는 상승폭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동안 전세시세가 높게 형성된 만큼, 재계약했던 매물이 신규로 나올 때는 시세 수준을 반영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한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전세 공급 축소, 보증부 월세의 가속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임차인들의 피해를 키웠다”라며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7월 나오는 신규계약 매물은 시세를 따라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전세 공급을 원활하게 할 보완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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