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응열

"장판 뜯어 균열 확인?"…탁상행정에 중개사들 뿔났다

공인중개사 확인설명의무 강화…위반시 행정처분, 손해배상까지

2021-12-21 16:00

조회수 : 6,47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서울 송파구 한 상가에 다수의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위치해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토교통부가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 가운데 현장의 중개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중개사가 매물을 점검할 때 바닥면도 같이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중개사고에 대비해 중개사가 내야 하는 손해배상 보장금액을 높이는 것에 관해서도, 현장에서는 ‘깡통전세’의 구제 책임을 중개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국토부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16일 끝났다. 통상 입법예고를 마친 법안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에 넘어가 규제심사를 받는다. 국토부는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중개사들은 개정안 중 바닥면 확인에 관한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존 법령에서는 중개사들이 매물에 관해 확인하고 설명해야 하는 항목으로 중개대상물의 종류나 지번, 용도 등 기본사항과 권리관계, 수도·전기·가스 등 시설물과 벽면 및 도배 상태 등이 있었다. 
 
국토부는 여기에 바닥면을 추가하려 한다. 당초에는 바닥의 균열과 누수를 점검하도록 했지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육안으로 볼 때 문제가 없는지 수준의 점검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선 중개사들은 여전히 매물 바닥을 확인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단순히 육안으로 보더라도 가구가 다 배치된 상태에서는 바닥을 제대로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동작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도 “현장은 와보지도 않고 펜대만 굴리는 행정”이라며 “중개사들이 바닥면 확인을 어떻게 꼼꼼히 확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공인중개사들에게 중개사고의 책임을 전가할 뿐인 조치라는 우려도 나왔다. 금천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중개사가 바닥을 제대로 확인하는 건 한계가 있다”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개사고 책임이 온전히 중개사들에게 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개사들은 손해배상책임 보장금액을 상향하는 내용에도 반발했다. 현행법에 따라 개업 공인중개사는 공제 등을 통해 손해배상 보장금액을 개인의 경우 최소 1억원, 법인은 2억원을 보장한다. 시행령 개정안은 최소 금액을 개인 2억원, 법인 4억원으로 올린다. 공제 등 보상제도는 연 단위로 가입하기 때문에, 기존의 중개사들도 최소 보장액수에 맞춰 보장금액을 더 내야 한다. 
 
일부 중개사들은 매매와 임대차 등 전반적인 부동산 시세가 오른 만큼 손해배상 보장금액이 이에 발맞춰 현실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중개사들로선 자금 부담이 늘어나는 데에 우려가 컸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보장금액이 오르면 중개사들이 공제기관에 내는 공제료도 오를 것”이라며 “재정적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소위 말하는 깡통전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손해배상 금액을 올린다고 하는데, 문제의 해결 방법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라고 비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개정안에 관해 국토부와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바닥면 확인이 객관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고 손해배상 보장금액 상향도 단순히 금액을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국토부와 더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김응열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