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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르포)"살 사람이 없어예”…공급 부담에 대구 집값 '뚝'

집값 뛰며 매매 진입 장벽 높아져…금리인상·대출축소도 수요 위축

2021-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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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뉴타운의 한 공사현장. 사진/김응열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매수 문의가 없어요.”
 
대구광역시 안심뉴타운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동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한시간이 지나도록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전화는 단 한번도 울리지 않았고 시간을 내서 사무소를 방문하는 이도 없었다. 이 중개사무소의 대표는 “전화가 하루종일 오지 않는 날도 있다”라며 “매수인도 매도인도, 모두 뚝 끊겼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워낙에 물량이 많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에는 그간 많은 물량이 쏟아졌다.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대구의 신규분양은 2만7072가구다. 2019년 2만9000여가구에서 지난해 3만1200여가구까지, 최근 3년간 8만7416가구가 쏟아졌다. 
 
이중 많은 물량이 동구에서 나왔다. 지속적으로 공급이 이어지면서 이 일대는 과잉공급 상태가 됐다. 
 
이에 미분양이 누적됐다. 대구광역시청 집계 결과 지난 10월말 기준 대구의 민간·분양주택 미분양 가구수는 1933가구다. 이중 64%에 해당하는 1239가구가 동구에서 나왔다. 동구 다음으로 미분양이 많은 중구는 295가구였고, 수성구 197가구, 북구 181가구 등으로 조사됐다.
 
대구광역시 동구의 거리에 잔여세대 분양 안내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응열
 
물량이 쌓이면서 동구 아파트의 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이달 2주차(7일 기준) 동구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전 주 대비 0.07% 떨어졌다. 동구 집값은 지난 10월 2주차(10월11일 기준)부터 쉬지않고 하락하는 중이다.
 
하락 양상이 이어지는 건 동구만이 아니다. 수성구를 제외한 전 자치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2주차 중구는 전 주 대비 0.04% 떨어졌고 서구와 남구, 북구도 각각 전 주보다 0.02% 하락했다. 달서구와 달성군도 0.07%, 0.01% 내렸다. 
 
대구 소재 공인중개사들은 그간 대구의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진입장벽이 높아진 탓에 수요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4억175만원이었는데 1월 3억6030만원에서 12%에 해당하는 4144만원 뛰었다. 지난해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14%(4216만원) 급등했다. 
 
반면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연간 상승률이 3%에 불과했고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5%, 2%에 머물렀다. 최근 2년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구광역시 한 아파트 단지. 사진/김응열
 
동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집값이 너무 많이 뛰었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서 강하다”라며 “수요가 붙기 어려운 상황에서 간혹 매수인이 나타나면 집주인들이 협의를 거쳐 가격을 낮추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는 중심지역 수성구는 그나마 버티는 모습이다. 보합으로 분위기는 바뀔지라도, 하락전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일대의 집주인들은 자금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굳이 호가를 낮추며 급매를 던지지는 않는다는 게 지역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수성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의 매도인들은 돈이 급하지 않다”라며 “시세가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라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호가가 내려가지 않는 상황인데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출이 어려워져 매수도 끊겼다”라며 “내년 대선까지 겹쳤으니,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이 아파트는 대구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단지다. 사진/김응열
 
대구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는 양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권의 대출 축소 방침으로 매수세가 강해지기 어려운데다, 공급 부담감도 상당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이 수요 위축을 야기하고 있고 공급량도 많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구는 수급 양쪽에서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라며 “이 같은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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