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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삼성전자, DX로 통합한 세트부문…배경은 로봇 키우기

첫 번째 사업 시너지는 로봇 분야에서 나올 듯

2021-12-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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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18: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사장단 인사를 마친 삼성전자(005930)가 세대교체에 나서면서 사업부의 조직개편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가전 사업부와 스마트폰 사업부를 통합한 ‘DX(Device eXperience) 부문’의 세트사업부 일원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사업부 일원화를 통해 향후 신사업에 있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올해 초 김현석 전 삼성전자 CE(가전) 부문장 직속으로 로봇TF를 신설한 이후 팀으로 승격시키며 로봇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승현준 사장이 CES 2021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삼성봇 핸디'와 물컵을 주고 받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 7일 삼성전자는 한종희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SET(통합)부문장으로 승진시키며, 이를 통해 사업부간 시너지를 극대화하키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된 SET부문은 기존 가전 사업을 담당하던 CE(Consumer Electronics)와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사업을 하던 IM(IT·Mobile Communications) 부문을 통합한 것으로 통합 세트부문의 명칭을 DX 부문으로 변경했다. DX 부문은 VD(Visual Display), 생활가전, 의료기기, MX, 네트워크 등의 사업부로 구성됐으며, 무선사업부의 명칭도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변경했다. 삼성전자는 부서 명칭 변경은 중장기 사업 구조와 미래지향성, 글로벌 리더십 강화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외에 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한 것은 향후 개방형 플랫폼과 이종간 산업협력을 통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과 가전을 융합한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스마트씽스(SmartThings) 앱을 통한 사물인터넷(IoT) 활용으로, 삼성전자의 가전을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통제하는 사용자 경험(UX)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아이폰과 태블릿, PC 등을 같은 iOS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애플 생태계에 있는 제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아직 소문만 무성한 애플카를 주목하는 이유로 이 같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향후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활용한 전자제품의 결합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분리된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다른 사업에서도 이 같은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사업 분야로 로봇 분야가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로봇사업팀을 출범함에 따라 로봇 사업 투자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활가전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를 공개했고, 올해 1월에는 집안일을 돕는 가사도우미 로봇 ‘삼성봇 핸디’와 쇼핑몰·음식점 등에서 주문과 결제, 음식 서빙을 돕는 ‘삼성봇 서빙’을 선보인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고객 응대 로봇 ‘삼성봇 가이드’, 착용형(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GEMS Hip)’ 등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젬스의 경우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ISO 국제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개인 서비스용 로봇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제조용 로봇산업 평가. 사진/산업연구원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로봇과 관련한 유망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연구개발 단계에서 로봇 기술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로봇 양산화에 나서기 위해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066570)의 경우 지난 2018년 로봇사업센터를 설립하며 로봇 개발에 본격 나서기 시작하면서 지난 2017년 SG로보틱스를 인수한데 이어 2018년 로보스타를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키웠다. 또한 캐나다 라이다 플랫폼 업체 레다테크, 미국 AI센서 기업 에이아이, 미국 로봇개발 기업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에 투자도 단행했다.
 
현대차(005380)그룹도 올해 6월 정의선 회장의 사재 등을 포함한 1조원의 자금을 투자해 글로벌 로봇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사업을 본격화하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로봇 개발과 함께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면서 국내 로봇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로봇사업팀 출범을 알린 지난 13일 로봇 관련 기업인 유진로봇(056080)로보티즈(108490)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29.9%, 29.7% 상승했고 그 외에도 휴림로봇(090710), 에스피시스템스(317830), 티로보틱스(117730), 로보로보(215100) 등의 주가도 급등했다.
 
로봇 시장 성장 가능성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2021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이 12% 증가한 67억달러(7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판매 대수는 13만1800대로 전년 대비 41%나 증가했다.
 
로봇 분야는 크게 ‘제조 로봇’과 ‘서비스 로봇’ 분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LG전자 등의 전자업체들은 대부분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 로봇 분야는 업력 자체가 오래된 일본, 유럽 등의 기업들이 많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간 만큼 신규 진입이 어려운 상황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로봇 품질 완성도와 제조 경쟁력. 사진/산업연구원
 
반면 서비스 로봇의 경우 전자업체들이 보유한 AI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빠른 시장 진입도 노려볼 수 있다. 또한 서빙이나 가사 도우미 같은 개인 서비스나 의료분야의 재활을 돕는 방향으로 제품 출시가 요구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현재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기업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로봇 분야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분야다 보니 신규로 진입하는 기업들이 초기 자금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이나 로봇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국이 로봇 분야에서 자국 내 테스트베드 시장을 토대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라며 “국내에서도 이런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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