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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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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소상공인에 2000만원 대출…기준금리 인상 앞두고 '생색내기용'

취약 소상공인 '돌려막기' 행태로 전락

2021-11-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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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 기자] 정부가 여행·관광·숙박 등 손실보상 제외 업종에 대한 '1% 금리, 2000만원 한도 대출 지원'을 내밀었지만 다시금 대출의 늪으로 내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지원을 통해 손실보상 제외 업종의 빚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복안이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자금 동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소상공인들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생색내기용 지원'이라는 지적이다.
 
23일 한국은행의 '2021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전체 대출은 85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급증했다. 이 중 다중채무자 수는 140만6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 차주의 56.1%를 차지했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금융권에서 빚을 진 뒤 돌려막기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차주가 부실해질 경우 채무불이행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데, 이 경우 금융기관도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두고 인원·시설 이용 제한 업종에 대한 1% 금리, 2000만원 한도의 '일상회복 특별융자 2조원'을 공급한다.
 
특히 여행·숙박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기금 융자는 내년 대출잔액 3조6000억원의 전체 금리를 최대 1%포인트로 낮춘다. 신청 시 원금상환 유예는 1년간 지원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분들이 많다"며 "폐업하시기 전에 재기할 수 있도록 자금 공급이 필요한데 현금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저리 융자로 지원해드리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출 지원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를 경유하면서 다중채무자 수는 34만5000명 대폭 늘었다.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589조9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의 68.7%에 달했다.
 
전문가들과 소상공인 측은 대출로 대출을 막는 이른바 돌려막기 행태와 대출 연명에 대해 우려심을 표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중에는 다중 채무자가 많기 때문에 한쪽에서 막히면 연쇄적으로 연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빚을 내도록 하는 정책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폐업을 돕거나 교육을 통해 취업을 돕는데 더욱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이미 정상 생활에 돌입한 상황에, 정부가 추가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1%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면 필요 없는 사람도 돈을 빌려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고강도 대출 빗장이 지속되는 상황에 나온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 의도가 불순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 고강도 가계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분위기 속에 발표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진위를 의심케 한다"며 "대출에 앞서 대상자의 철저한 신용도 검토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상당수 취약 소상공인들은 결국 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가계 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팀장은 "손실보상 제외 업종 종사자들이 이번 정책의 금리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보고 있지만, 금액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워하고 있다"며 "한도가 조금 더 높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들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논평을 통해  "실질적인 보상안을 발표해야 하는데 대출만 내놓은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결국 빚만 더 지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계속 빚의 굴레에 묶여 연명하라는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5일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23일 한국은행의 '2021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전체 대출은 85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급증했다. 사진은 한 식당이 손님 없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용윤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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