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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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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출 당일 보수 심장부 찾은 이재명 "지역·진영 따지지 말자"(종합)

대구서 2030세대 집중공략…"공정성 회복·대대적 투자로 저성장 극복"

2021-11-0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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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토마토 최병호·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5일 보수의 심장부 대구를 찾았다. 그것도 하필 대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둔 국민의힘이 대선주자를 선출하는 날을 택했다. 일종의 정면승부다. 그는 "좋은 정책이라면 김대중이든 박정희든 따지지 말자"면서 "출신·지역·진영·이념·사상 등을 따지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대구를 누비던 이날 오후엔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여야의 대선 대결 구도도 확정됐다. 이재명(민주당)·심상정(정의당)·안철수(국민의당)·김동연(새로운물결) 후보가 이미 등판한 가운데 윤 후보가 막차로 본선에 합류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후보가 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정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국가를 희망적으로 만들지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등돌린 2030 세대에 구애…'공정성장' 강조

이 후보는 대구 방문 첫 일정으로 북구 경북대 인근 식당에서 청년 백명수씨와 점심을 함께 했다. 백씨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기업에 입사했으나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질병을 얻어 퇴사했다. 백씨는 구직활동 중이지만 지역경제 침체로 좀처럼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는 백씨와의 만남에서 공정성장과 국가의 대대적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친구가 되겠다고도 했다. 
 
그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느냐, 힘내자"면서 "저성장 사회에서 청년세대들은 기회가 부족하고 경쟁이 격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의 자원과 교육수준, 인프라 등은 과거보다 충분히 좋은데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불공정, 불균형 때문에 저성장으로 빠진 것"이라며 "국가가 대대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신산업을 만들고 산업 전환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방에 기회를 주면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를 방문했다. 이 후보가 대구를 방문한 건 지난달 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다음 일정으로 경북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주제는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였다. 이 후보가 백씨에 이어 대학생들을 만난 것은 2030세대 표심에 대한 구애의 성격이 강하다. 과거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2030 세대는 공교롭게도 홍준표 바람의 주역이 됐다. 이 후보는 "안타까운 건 마치 '오징어게임'처럼 요즘은 경쟁이 아니고 전쟁이 됐고, 친구가 적이 되어 버리더라"라면서 "좁은 울타리 안에서 생존경쟁을 하고 균열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최대한 공정하게, 룰을 제대로 지켜지게 하면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저성장이란 사회적 문제에 봉착했는데 양극화와 불공정을 해결하면 더 나은 세상이 언제든지 가능하고, 그것이 바로 정치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평등한 시스템 속에선 소수가 많은 혜택을 보는데, 이걸 뜯어고쳐 더 많은 사람이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득권 타파를 주장했다.

보수 텃밭서 '박정희' 빗대 국가주도 투자 역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향수를 가지고 있는 TK 민심을 고려한 듯 박 전 대통령의 국가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대구에 오셨는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에 "(정책에서) 진보와 보수를 따지는 것은 매우 퇴행적"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2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했듯 미래사회를 대비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대대적 재정투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대공황시대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저는 실용주의자이고,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옳은 쪽으로 갈 것이며, 지금까지 행정가를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면서 "좋은 정책이면, 효율적 정책이라면 좌나 우,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따지지 말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은 특정 소수만 혜택을 보는 불균형 성장 방식이 아니라 모두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부여되는 방식으로 포용적으로 간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이 후보가 대구를 방문한 건 지난달 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마지막 일정으로 대구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 후보는 "대구를 포함해서 지역경제가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균형을 회복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완화하면서 우리 사회의 자원들이 효율적으로 배치되고 사용되는 상황을 만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희망이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재차 박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다.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때) 왜 박정희 이야기를 했느냐'라고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만들어 산업화를 했듯 이재명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미래 신재생 에너지 사회와 탈탄소 사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 머리 속에는 '저쪽은 보수고, 당신은 진보개혁 진영인데 왜 그쪽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색깔과 좌우 진영을 넘어서 국민에게 필요한 일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정치"라면서 "출신, 지역, 진영, 이념, 사상 이런 것을 따지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 좌파 정책이냐 우파 정책이냐를 따지지 말고 정말 국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라면서 "국민은 삶을 개선하고 국가를 더 발전시키는 역량과 실력이 있는 사람을 환영하지, 무능하고 부패하고 실력 없으면 내편이라도 선택하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앞서 경북대학교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의 국민의힘 대선주자 선출 소식을 듣고는 "저는 TK가 제 출생지이고 고향이라고 해서 저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TK 분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정신적 수준이 높기 때문에 누가 정말로 TK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성과를 낼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또 "저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열심히 저의 역량을 설명드리고 TK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구=최병호·장윤서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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