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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기자의 눈)남양유업 주주의 한숨

2021-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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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더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는데 오너 때문에 주식이 떨어져 답답하다. 빠른 시일 내에 경영권을 매각하길 바란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직후 만난 한 소액 주주는 답답한 마음을 여지없이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너의 잘못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는데 정작 주총장에는 주주들에게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거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실제로 당시 주총장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해 어머니 지종숙 이사, 장남 홍진석 상무까지 사내 이사를 맡고 있는 오너 일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9월 임시주총 의장을 맡았던 이광범 대표이사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아 소액주주들의 질문을 받아냈다. 실질적인 경영진이 아니다보니 주주들의 질문에 연신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홍 회장이 이번 임시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 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홍 회장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니 주총장에 참석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주총에서 주주들은 오너일가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이사회에는 참석을 하면서 주총엔 참석하지 않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의 진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지적돼왔다. 불가리스 논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임, 경영권 승계 포기 등을 밝힌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매각 얘기가 나왔다. 심지어 기자회견 이후 현재까지도 회장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매 대금을 지급하고 거래를 종료하기로 합의한 날 홍 회장은 연락이 두절되는 이른바 ‘잠수’까지 탔다. 게다가 한앤컴퍼니와의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법적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한앤컴퍼니가 아닌 제3자에게 재매각에 나설 것을 밝혔으니 남양유업 정상화 시점도 크게 늦춰지게 됐다.
 
결국 속만 까맣게 타는 건 남양유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이다. 홍 회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공정위 국감에 출석해 “매각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회사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양유업 주식을 가진 주주들도 회사 구성원이다. 지난 임시 주총이 맹탕으로 끝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주주들이 아침 일찍 주총에 참석해 회사의 계획과 방향을 연신 물었는지 홍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일가, 경영진이 곰곰이 생각해봐야한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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