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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고철 가격 상승에 철강업계 '울상'

2021-11-01 16:00

조회수 : 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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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때문에 별안간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가 있습니다. 바로 철스크랩인데요. 철스크랩은 사용한 후 버린 폐철로 흔히 '고철'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지난달 철스크랩 가격은 톤(t)당 56만원 선으로, 지난해 말 31만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철스크랩 가격이 고공행진했던 2008년 67만원 이후 최고 수준인데요.
 
올해 들어 철스크랩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톤당 20만~40만원 사이를 오갔던 가격은 3월 들어 40만원을 넘어섰고, 7월에는 50만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라면 곧 6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철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로(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끓이는 방식이 있습니다. 철스크랩은 전기로로 철을 만들 때 사용하는데요. 전기로에서 철스크랩을 녹여 다시 새 제품을 만드는 겁니다. 원료로 고철을 재활용하는 데다,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쓰기 때문에 전기로는 고로 조업보다 친환경적이죠. 고로보다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어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규모가 큰 철강사보다는 비교적 몸집이 작은 제강사들이 주로 선택하는 생산 방식입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고로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전기로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철스크랩 가격이 치솟은 겁니다.
 
재활용을 통해 발생하는 철스크랩 특성상 공급은 넉넉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스크랩 100% 자급자족이 어려워 부족한 물량을 미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도 수입하고 있습니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85%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철스크랩 수입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지난 2월 전기로 생산 비중은 13%에서 20% 확대하면서 고철 수입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일본 제철소들 또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로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급과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격적인 철스크랩 확보에 나서면서 전기로 조업이 주력인 중견 이하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매점매석과 사재기까지 많아진다고 하니, 친환경 정책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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