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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영상)남양유업, 경영지배인 체제로…홍 회장 ‘진퇴양난’

의결정족수 부족 새 경영진 선임 불발…오너일가 의결권 막힌 탓

2021-10-3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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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남양유업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회 구성이 결국 무산되면서 대표이사 없이 경영지배인 체제로 전환하고 비상경영에 들어간다. 회사 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전자등록 주식처분금지에 이어 의결권 행사까지 할 수 없게 돼 진퇴양난에 빠졌다. 
 
29일 유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했다. 김 지배인은 신임 사내이사 후보자 4명 가운데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지난달 27일 회사 전반의 경영 혁신 활동 추진을 위해 이사회를 통해 ‘경영혁신위원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당초 남양유업은 이날 오전에 열린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신규 이사 4인을 선임하고 이사회 교체와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자 했다. 
 
하지만 안건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한앤컴퍼니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약 53%다.
 
앞서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 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특히 이번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효력은 이번 임시 주총만이 아닌 앞으로 소집될 주총에서도 적용된다. 또 지난 8월 인용된 전자등록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 외에 다른 곳에 남양유업을 매도할 수 없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퇴양난에 빠진 홍 회장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한앤코에 남양유업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거나 현재 상태를 유지하며 계약 유효성 여부를 다투는 한앤코와의 본안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다.
 
홍 회장은 이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한앤코와의 전면전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홍 회장 측은 “이미 이광범 대표이사가 사직을 원하는 등 대표이사 역할 공백인 상황에서 회사가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최소한의 회사 경영 체제를 갖추려고 했으나 한앤코의 이러한 행위로 남양유업 정상화에 차질이 생겨 너무나 안타깝다”며 “대표이사로 선출할 이사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일단 김승언 경영지배인 체제로 회사 경영을 진행함과 동시에 대주주로써 남양유업을 보다 더 발전시켜 줄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매각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의 법률 대리인 역시 본안 소송에서 법원이 홍 회장측 주장을 들어줄 것으로 판단했다.
 
LKB앤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건은 임시적인 가처분 결정 내용에 불과한 가운데 계약 유효성 여부는 본안 소송에서 정확히 판단할 것”이라며 “여전히 계약 해제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며 실제 본안 소송에서는 매도인측 주장을 들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두 차례 들어주면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주식 매매 계약상 거래 종결일이 확정된 만큼 계약 해제 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은 한앤컴퍼니에게 남양 주식을 양도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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