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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유럽 공략하던 중국 배터리, 미국 진출 가능할까

완성차 러브콜에 CATL·BYD 등 북미 시장 진출 관심↑

2021-10-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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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연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절반을 중국 기업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 분쟁으로 미국 시장 진출 활로가 당장은 막혀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호 경향이 높아진 만큼 시장 진출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 엔비전AESC는 영국 선덜랜드 배터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1.7GWh에서 38GWh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AESC는 세계 시장 점유율 9위에 안착한 기업으로 당초 일본 닛산 자동차가 소유한 업체였지만 지난 2018년 중국 엔비전 그룹에 매각되면서 중국 기업이 됐다.  
 
엔비전AESC가 유럽에 세울 배터리 공장 조감도. 사진/AESC
 
현재 인비전AESC는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와 손잡고 24억 달러(한화 약 2조7970억원)를 투입해 프랑스 북부 두에 지역에 43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24년에 가동을 시작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르노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인비전AESC는 영국과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과 협상 중이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계획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현지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1위 기업 CATL은 해외 첫 공장인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에서 올해 연말부터 다임러와 BMW 등에 공급할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폭스바겐과 손잡은 중국 4위 궈쉬안도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5위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는 지난 2018년 말 다임러와 140GWh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와 합작으로 독일 비터펠트볼펜에 약 6억 유로(한화 약 8115억원)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VOLT가 양산에 착수한 '코발트 프리' NMX 배터리. 사진/S-VOLT
 
세계 점유율 10위권 밖에 있지만 무섭게 성장 중인 기업도 있다. 펑차오에너지(S-VOLT)는 지난 25일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와 양극재, 배터리 회수·재활용, 배터리 자원 등 개발 관련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에스볼트는 지난 2018년 중국 장성자동차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최근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160억 위안(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볼트는 니켈 75%, 망간 25% 로 구성된 코발트 없는 배터리와 고체 배터리 등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도핑·코팅 공정으로 코발트 특성을 보완해 국내 주력 니켈·코발트·망간 또는 알루미늄(NCM·NCA)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SNE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5개사 합산 점유율은 45.5%로 전년 동기(30.2%) 대비 15.3%포인트 높아졌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채택 경향이 높아지면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내 중국 기업이 시장 파이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당장은 유럽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활로가 사실상 막혀 있다. 그러나 오는 2025년 7월로 예정된 신북미자유협정(USMCA)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요 소재·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자동차 업체들은 내심 중국 기업과 협력을 통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내심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초읽기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CATL은 미국 상용 전기차 제조사 ELMS에 LFP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CATL은 최근 "북미 생산 현지화 기회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BYD는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랭커스터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USMCA 발효 시기를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배터리 공장 증설에 돌입해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노골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이나 유럽 등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미국에 수출될 수도 있는 만큼 중국 기업들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위협은 아니라도 미리부터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미국 진출이 근시일내에 일어나기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 많다"면서 "먼저 진출한 한국 배터리 제조사는 단순히 셀 비즈니스에 머무르지 말고 재사용이나 재활용 등 다양한 후방산업이 같이 진출해 미국 내에서도 한국 배터리 제조사 중심의 생태계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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