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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두환과의 70여년 길고 질긴 인연 마무리

육사 11기 동기에 전두환 2인자…돈독한 동지에서 5공 청산으로 틀어져

2021-10-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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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9세의 일기로 별세하면서 전두환씨와의 길고도 질긴 인연도 마무리됐다.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과 전씨와의 인연은 육군사관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1952년 육사 11기 동기로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위 시절인 1959년 김옥순 여사와의 결혼 당시 전씨가 사회를 봐줄 정도로 두 사람 관계는 돈독했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자 노 전 대통령은 전씨와 함께 육사 생도 및 장교단의 '혁명 지지 시가행진'을 주도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박정희 정권과 가까워지며 '정치 군인'의 길을 걸었다. 특히 이들은 군부 내 사조직이자 군부의 정치개입 폐단으로 지목된 '하나회'를 앞장서 결성했다.
 
이후 하나회는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한 뒤 12·12 쿠데타를 주도하게 된다. 이때 전씨는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10·26 사건의 합동수사본부장 겸 보안사령관 등을 맡으며 국정을 장악해갔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 당시 최전방 부대였던 9사단 예하 1개 연대 병력을 무단으로 동원해 군사반란에 가담시켰다.
 
노 전 대통령은 전씨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정무장관에서 시작해 체육부장관, 내무부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대한체육회장, 민정당 대표위원, 제12대 국회의원(전국구)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다만 전씨에 이은 2인자 자리에 만족해야 했으며, 때로는 전씨와 갈등을 빚는 등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정당 대선후보로 6·29선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다. 사실 직선제는 그의 의견이 아니었다. 민주항쟁의 압박 속에 전씨가 노 전 대통령을 설득한 끝에 발표됐다. 노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후보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를 꺾고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씨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폭력 진압 등의 실상이 알려지며 군사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았지만, 양김의 분열로 영·호남이 둘로 갈리며 노 전 대통령은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왔다.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사진은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이 UN헌장 의무수락 선언서에 서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5공 청산'을 진행하면서 전씨와의 관계가 급속하게 틀어지게 된다. 당시 전씨에 대한 구속 요구가 빗발치자, 노 전 대통령은 전씨에게 민심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한 곳에 가 있을 것을 권고했다. 결국 전씨를 설악산 백담사에 유배보내는 수준에서 정리하면서, 5공화국 시절 군부독재를 완전히 청산하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결국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폭력 진압의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됐다. 혐의는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이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씨는 먼저 검찰 소환에 응해 구속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노태우가 일을 그르쳤다. 끝까지 버텼어야지"라고 말하는 등 강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는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2심 무기징역,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문민정부 말기에 특별사면됐다. 전씨와 달리 노 전 대통령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추징금을 완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70여년에 걸친 두 사람의 인연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왔다.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사진은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교황 요한바오로2세 방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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