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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토마토칼럼)박영수 특검과의 인터뷰

2021-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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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인터뷰 한 때는 2016년 8월 말쯤이었다. 계절의 걸음과 같이 대한민국이 '국정농단의 블랙홀'로 서서히 빨려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박 전 특검과의 대담 주제는 언제나 그랬듯 '위기의 검찰'이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적어도 기자의 관심은 '국정농단 특검'에 꽂혀 있었다.
 
이미 '비선실세 최순실(최서원)'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 명목으로 774억원을 강제 출연했다는 보도가 나온 터였다. 인터뷰 한달 전쯤 나온 얘기였다. 당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하겠지만,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특검이 발동될 것이라는 게 그때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필자가 본격적으로 특검 얘기를 꺼냈다. 박 전 특검과의 대화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이 사건을 감당하겠는가'에 집중됐다. 전관이지만 평범한 변호사였던 그를 특검으로 염두에 둔 기자의 일방적 질문에 가까웠지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를 전제로 박 전 특검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는 사건의 특성과 인물, 규모 그리고 그에 따른 수사팀 구성과 수사 방향, 공소 유지까지를 그야말로 한번에 정리했다. 그러나 끝까지 특검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특검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를 집요하게 질의했으나 "나는 이제 좀 쉬고 싶다"는 말이 돌아왔다.
 
일선 수사팀 구성에 대한 주제로 말머리를 돌렸다. 특히 전방에서 수사를 지휘할 수사팀장은 특검 못지 않게 중요했다. 당대 이름을 날렸던 특수수사 전문 검사들을 여럿 댄 끝에 둘까지 추려졌다. 그 중 박 전 특검이 지목한 사람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의아했다. 박 전 특검이 평소 은연중에 수사 능력을 높이 평가하던 사람은 윤 전 총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돌파력'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건의 특성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미움을 사 좌천길을 떠돌고 있을 때다. 이후 '국정농단 특검'으로 임명된 박 전 특검은 그해 12월1일 윤 전 총장을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2016년 말 박 전 특검이 국정농단 수사 시작 전 법조출입기자 1진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수사팀장으로 적절한 인물이 누군지를 물었고, 이때 당시 김만배 기자가 '석열이 형이 어떨까요'라고 했다는 말이 전언으로 나왔다. 이후 여론은 박 전 특검이 김만배씨의 추천을 받아 윤 전 총장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는 말이 사실처럼 돌고 있다. 
 
기자는 그때의 1진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모임이 실제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모임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특검이 윤 전 총장을 '국정농단 수사팀장'으로 마음 속에 두고 있었던 것은 적어도 기자와의 인터뷰 전이었다. 박 전 특검이 김만배씨의 추천으로 윤 전 총장을 영입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것이 팩트다.
 
뒤늦게 이 이야기를 털어 놓는 이유는 사실 아닌 것이 사실로 회자되어서다.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침묵한다면 돌들이 뛰쳐나와 외칠 것이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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